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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우리가 잃어버린 것 2 인간의 가장 조용한 언어, 눈물인간은 왜 울까? 단순한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기쁨 속에서도, 회한 속에서도,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은 흘러내린다. 눈물은 인간이 말을 잃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언어다.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감정을, 눈물은 그 자체로 전달한다. 셰익스피어는 "눈물은 슬픔의 무게를 덜어준다"고 했고, 푸치니의 오페라 속 주인공들은 아리아를 넘어서 눈물로 절규한다. 눈물은 감정의 절정에서 터지는 가장 진실한 목소리다.눈물은 단지 감정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정서적 메커니즘이다. 감정이 억눌리거나 억제될 때, 그것은 내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때론 폭력적 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눈물은 이 내면의 긴장을 해소해 주는 배출.. 2025. 7. 11.
도시 인문학 12 - 이탈리아 피렌체, 르네상스의 심장 르네상스의 심장에서 다시 묻다이탈리아 중부의 아르노 강변에 자리한 피렌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궤도에서 이 도시는 예외적인 무게를 가진다. 14세기 말부터 16세기 초까지, 피렌체는 ‘르네상스’라는 인류 정신사의 전환점을 이끈 중심지로서, 인간을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해방시키고, 인간 스스로를 세계의 척도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장소였다.이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곧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 자유와 권력,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뒤얽히며 문명을 진화시켰는지를 되묻는 일이 된다.인간을 다시 발견한 도시피렌체 르네상스의 출발점은 ‘신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 이른바 휴머니즘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탐구하고 복원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감성, 자유.. 2025. 7. 10.
후기 낭만 미술가 -구스타프 클림트, 침묵, 욕망 그리고 죽음 장식 너머의 심연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그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황금빛 배경, 유려한 곡선, 정교한 문양들. 그의 대표작 '키스'를 보면 사랑과 관능, 황홀한 순간이 찬란하게 피어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여인의 눈은 감겨 있고, 남성은 그녀를 감싸 안지만, 그 포옹은 어딘가 강압적이고 불안하다. 클림트의 황금은 단지 찬란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감싸며,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과 무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아름다움을 통해 오히려 그 너머의 어둠과 고독을 직면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예쁘다’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의 층위를 지니고 있다.에로스와 타나토스; 삶과 죽음의 긴장클림트의 예술 세계에는 늘 두 가지 상반된 .. 2025. 7. 9.
찰스 다윈 - 진화론, 과학에서 인문학으로 자연을 해석하는 새로운 언어, ‘진화론’찰스 다윈은 흔히 생물학의 혁명가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단지 자연과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의 지적 역사에서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었다. 그가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자연선택 이론은 종교와 철학, 예술과 문학, 윤리와 정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가 제안한 '진화'는 단순히 생물체의 변화만을 설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을 해석하는 새로운 문법이었고, 인간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지적 도전이었다.다윈 이전의 자연은 신이 설계한 완전한 질서로 여겨졌다. 인간은 그 피조물의 정점이었고, 모든 생명은 불변의 계층을 이룬다는 믿음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다윈은 비글호 항해에서 만난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들, 다양한.. 2025. 7. 8.
격려와 위로 -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끔 어린이 오페라를 작업한다. 최대한 어린이의 시선과 생각을 고려하며 준비한다. 아이들의 반응을 신경쓰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유투브를 보는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꽤 연구한다. 하지만 공연을 하다보면 열심히 준비한 부분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 일어난 곳이 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에서 엄청난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어제 어린이 오페라 '혹부리가 되고 싶은 도깨비'를 올렸다. 이번에도 나름 준비를 한 부분들이 반응이 좋았다. 어제도 역시 한 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다. 줄곧 연습할 때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다. 나의 예상은 아이들이 웃을거라고 생각했다.도깨비 배역이 노래대회에서 가사를 틀려서 당황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당황해서 눈물을 흘리는 .. 2025. 7. 5.
상식(Common Sense)이란? 그 기준은? 상식, 사회적 기준인가?상식은 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하고, 줄을 설 때는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를 지켜야 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정말로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일까?전통적으로 상식은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된 윤리와 규범의 묵시적 합의로 작용해 왔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지침인 셈이다. 사회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점은, 우리가 상식을 일종의 사회 질서의 기초로 여긴다는..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