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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폰 훔볼트 - 세상을 넓고 깊게 보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에 독일에서 태어난 아주 특별한 과학자이자 탐험가이다. 당시 사람들은 세상이 여러 조각으로 따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퍼즐 조각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깊이 이해하려는 그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았다. 지식의 경계를 허문 통합적 탐험가훔볼트는 당대의 전형적인 '학자'와는 달랐다. 그는 책상에 앉아 이론을 연구하기보다, 직접 발로 뛰며 자연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의 삶은 쉴 틈 없는 탐험의 연속이었고, 그 중에서도 1799년부터 5년간 이어진 남미 탐험은 인류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 2025. 6. 13.
낭만주의 음악가 - 멘델스존, 균형과 조화, 이데아 계몽주의 유산과 낭만주의 시대의 조화멘델스존의 삶은 19세기 초 유럽 사회의 복잡한 지형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베를린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은 독일 계몽주의의 거목이자 유대인의 해방을 역설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다. 이러한 가문적 배경은 펠릭스에게 합리적인 사고방식, 광범위한 지식 추구, 그리고 탁월한 교양을 선물했다. 그의 집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살롱이었고, 펠릭스는 괴테와 같은 대문호와 교류하며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적 깊이를 자연스레 체득했다. 이는 그의 음악이 단순히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지성과 사색이 어우러진 형태로 나타나게 된 배경이 된다.그러나 멘델스존이 살았던 시대는 더 이상 계몽주의의 엄격한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었.. 2025. 6. 12.
오페라 '아이다' - 사랑과 충성, 제국주의와 죽음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19세기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당대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 특히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비극, 서구 중심 제국주의가 구축한 ‘타자’의 이미지, 그리고 죽음을 통한 구원과 해방이라는 세 가지 주제는 '아이다'를 단순한 오페라 이상의 인문학적 의미를 갖게 한다.사랑과 충성사랑과 충성이라는 두 힘이 한 인간을 얼마나 깊은 내적 분열과 비극으로 몰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아이다는 에디오피아의 공주이지만 전쟁 포로 신분으로 이집트 왕실에 얽매여 있다. 그녀는 자신을 포로로 만든 적국의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 2025. 6. 11.
도시 인문학 9 - 서울, 기억, 속도 그리고 광장 기억과 망각의 도시서울은 기억의 도시일까, 망각의 도시일까. 경복궁과 종묘, 광화문과 덕수궁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 들어선 고층 빌딩과 재개발 구역들은 과거의 결을 끊어낸다.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가 왕궁 앞에 세워졌고, 해방 이후에는 그 건물이 철거되어 과거의 궁이 다시 들어섰다. 이러한 반복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권력의 얼굴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보여준다.도시는 기억을 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종종 과거를 지우는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기억의 회복일까, 새로운 포장의 시작일까. 세운상가 철거 논란, 경희궁터의 아파트 단지 조성 등은 도시가 어떻게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과거를 기.. 2025. 6. 10.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카르페 디엠, 표현과 저항 그리고 문학 1989년, 피터 위어 감독은 세상에 기억될 영화를 내놓는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목에 오역이 있었다. Society는 '사회'로 번역하기보다 '동호회' 혹은 '모임'으로 번역이 되어야 했다. 사전의 1번 뜻만 외웠던 당시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웰튼 아카데미(사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이 학교 선배이기도 했던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틀에 벗어난 일들을 하며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활동했던 '죽은 시인의 모임'을 알게 된 학생들은 선생님께 클럽 활동을 제안하고 틀에 갇혔던 재능과 감정들을 내뿜기 시작한다. 그중 한 학생은 가족.. 2025. 6. 9.
인문학 없이 사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 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대한민국은 여러 갈래의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인구절벽과 저출산, 기후위기, 청년 세대의 고립,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해체. 모두가 입을 모아 위기라고 말하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경제 구조의 문제를, 또 어떤 이는 정책의 부재를 말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문학의 결여”가 이 위기의 본질적 배경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말은 과연 타당한가?우리는 지난 20여 년간 대학에서 인문학을 점점 밀어냈다. 철학과, 고전문학, 사학과는 실용성 부족, 취업과의 거리감, 학문 간소화의 명분 아래 축소되거나 폐과되었다. 그 결과, 사회는 점점 ‘효율’과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성’만으로 설계된.. 202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