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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8 - 샌프란시스코, 새로운 철학, 자유 그리고 경계 기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샌프란시스코는 단지 지리적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사유 실험장이다. 고대 아테네가 이성과 논쟁의 도시였다면, 샌프란시스코는 기술과 존재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발생하는 장소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와 맞닿은 이 도시는, 우리가 익히 알던 ‘인간다움’의 경계가 가장 먼저 도전받는 곳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대화하고,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며, 알고리즘이 사람을 채용하는 이 도시는 과연 인간을 어떻게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가?철학은 본래 존재와 의미, 윤리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을 통해 그 질문을 일상의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예컨대 AI 채팅봇이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감정과 의식은 오직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스마트도시의 감시 기술은 효.. 2025. 5. 29.
영화 '히든 피겨스' - 그림자, 객관성, 권리 영화 '히든 피겨스'2016년,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논픽션이 영화로 제작된다. 1960년대 머큐리 계획(미국 최초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의 이야기다. 머큐리 계획의 목표는 소련의 유인 우주비행을 앞지르기 위함이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대항해 시작되었으며 NASA 설립 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존 F. 케네디는 '1960년대가 가지 전에 달에 인간을 보내겠다.' 선언한다. 이후 제미니 계획과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인간 컴퓨터였던 하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했던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다.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 그림자 같은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보이지 않는 그림자'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은 NASA 우주 개발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 누.. 2025. 5. 28.
기하학과 과학 - 자연의 언어, 과학의 기초, 철학 자연을 해석하는 언어기하학은 단순히 도형을 그리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언어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며, 수학과 기하학이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구조라고 보았다. 그의 신념은 단지 철학적 선언이 아니라, 별의 움직임, 물체의 비례, 음악의 조화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질서에 근거한 것이었다.기하학은 곧 자연의 법칙을 해독하는 열쇠가 되었다. 원, 삼각형, 비율과 대칭의 개념은 천문학,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그것은 우주의 조화가 인간 이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자연은 무질서한 혼돈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구조를 가진 ‘읽을 수 있는 세계’였던 것이다.과학의 뼈.. 2025. 5. 24.
기하학과 예술의 만남- 고대 건축, 르네상스 그리고 이슬람 선을 따라 그린 아름다움 - 고대 건축아름다움은 감각의 문제인 동시에 질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조화로운 비례, 균형 잡힌 구도, 반복되는 무늬에서 미를 느끼는데, 이 감각 뒤에는 기하학이라는 질서의 언어가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기하학은 오랜 세월 인간 정신 속에서 교차하며, 서로를 풍요롭게 해왔다.기하학과 예술의 만남은 고대 건축에서 시작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은 모두 기하학적 대칭과 비례에 따라 설계되었으며, 신성한 세계 질서를 땅 위에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기하학은 우주와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상징적 다리였고, 예술은 그 다리를 시각화하는 수단이었다.르네상스이 만남이 정점을 찍은 시기가 바로 르네상스다. 특히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 건축을 연구.. 2025. 5. 23.
기하학의 역사와 철학 - 선을 긋는 인간 기하학의 역사기하학의 시작은 철학보다 훨씬 실용적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매년 나일강의 범람 후 경계를 다시 측량해야 했기에, 땅을 재는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이처럼 기하학은 처음부터 공간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단순히 땅을 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도형을 그리면서 점차 공간의 질서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 질서 안에서 진리를 찾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는 이러한 기술을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플라톤은 기하학을 “감각을 넘어선 세계를 향한 지적 수련”으로 보았다. 기하학 도형은 현실에는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정신 안에서는 이상적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였다. 플라톤의 제자인 유클리드는 이 사유를 체계화하여 '기하학 원론'을.. 2025. 5. 22.
낭만주의 미술 - 프란시스코 고야, 어둠, 광기 격변 속에서 태어난 화가프란시스코 고야는 1746년 스페인 아라고나 지방의 작은 마을 푸엔데토도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고, 마드리드에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벨라스케스와 렘브란트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다. 30대에는 왕실의 주문을 받아 태피스트리(벽걸이 직물) 디자인을 하며 궁정에 발을 들였고, 귀족들의 초상화로 명성을 쌓으며 1786년에는 마침내 왕실 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1793년, 원인불명의 병(콜레라에 의한 고열설)으로 청력을 완전히 잃게 된 그는 내면의 심연과 마주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프랑스혁명의 이상에 이끌렸고, 철학책들을 탐독한다. 이후 그의 그림은 점차 화려함을 버리고, 인간의 고통과 광기, 사회의 모순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권력.. 202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