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11 - 베를린, 상처의 기억 그리고 창
베를린과 상처의 건축베를린은 잊지 않기로 선택한 도시다. 단절된 과거, 나뉘어진 공간, 비극의 역사를 도시 그 자체에 새겨 넣었다. 많은 도시들이 전쟁이나 독재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는 반면, 베를린은 과거를 지우는 대신 도시의 일부로 남겨두었다. 베를린 장벽의 흔적은 도시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땅 위에는 장벽이 지나갔던 자리에 금속선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매일 그 위를 걷는다. 무심히, 혹은 의식적으로. 과거는 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자, 시민의 일상과 만나는 물리적 장소다.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토포그래피 오브 테러(Topography of Terror), 슈타지 감옥 박물관 등은 고통의 기억을 아카이브화하지 않고, 체험 가능한 감각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들은 관람객에게 감정을 주입하지 않는다..
2025. 7. 1.
낭만주의 미술가-들라크루아, 혼돈 속의 아름다움
열정과 저항의 예술외젠 들라크루아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로, 감정의 격정과 인간 내면의 고통, 그리고 자유를 향한 열망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이다. 그는 고전주의가 중시하던 질서와 균형, 이성을 거부하고, 개인의 감정과 상상력, 그리고 현실의 혼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대표작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그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자유는 이상적인 개념이 아닌,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현실 속 인물로 형상화했다. 여신의 발치에는 죽은 민중이, 그녀의 손에는 깃발이 들려 있으며, 이는 자유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피로써 쟁취하는 투쟁임을 말한다. 들라크루아는 예술이 정치적 현실과 단절되어선 안 된다고 보았으며, 그의 그림은 말 없는 연설문이자 행동이었다. 동방을 ..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