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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추석 연휴 추천 책(추추책) - '프랑스사 산책' , 유럽의 심장

by Polymathmind 2025. 10. 1.

이번 길고 긴 추석 연휴를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SNS에 2년 전, 사진이 보였다. 파리 출장을 갔을 때의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순간 파리 출장을 위해 구매했었던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이 생각이 났다. 끝까지 못 읽었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저 역사책처럼 읽어 내려갔던 죄책감도 있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이 책을 읽을 작정이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을 등장시켜 생생하게 선보이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희곡 '앙리 3세와 그의 궁전'을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 잘 아는 '삼총사' ,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입지를 굳힌다. 뒤마의 250여 편의 작품 중, 이 책은 유일한 정통 역사서이다. 그의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아들이란 뜻)도 작가로 활동하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점령하면서 로마 문명을 전파한 이후, 이민족의 침입 등을 겪으며 프랑스 민족과 국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중은 어떻게 자유를 쟁취하며 성장하였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떤 나라였고, 유럽에 끼친 영향력은 무엇일까?

프랑스와 유럽 정치

프랑스는 유럽 정치의 주연 배우였다. 중세 카페 왕조는 근대 국가의 틀을 가장 먼저 마련했고,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은 유럽 군주들에게 부러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더 큰 충격을 던졌다. 자유와 시민권이라는 가치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나폴레옹의 법전은 각국이 모방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모델이 되었다. 또한 프랑스 왕실의 피는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모나코 등으로 퍼져나가면서 ‘프랑스적 정치 문화’ 가 유럽의 왕실 질서를 형성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프랑스는 단순한 한 나라가 아니라, 유럽 권력 균형의 한 축이었다. 또 하나의 축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피이다. '유럽의 결혼 브로커'라고 불릴 만큼 전략 혼인으로 유명했다. 프랑스는 서유럽에 퍼졌고, 합스부르크 가문은 범유럽에 퍼져있다. 

사상의 실험실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서 프랑스를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루소, 볼테르, 디드로로 대표되는 계몽주의는 인간 이성과 자유를 신뢰하는 새로운 질서를 그렸고, 이는 유럽 각국의 혁명과 헌법에 영감을 주었다. 미술과 문학 역시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낭만주의의 격정, 인상주의의 빛과 색채, 그리고 파리 살롱이 지닌 상징성은 유럽 예술의 기준이었다. 한때 프랑스어는 유럽 외교와 학문의 공용어로 쓰였으니, 프랑스는 사상의 실험실이자 문화의 수도였다고 할 수 있다.

분열과 통합의 교차점

프랑스 역사는 유럽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통합의 원동력이 되었다. 백년전쟁과 나폴레옹 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는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전쟁의 상처 속에서 프랑스는 독일과 손을 잡고 유럽 석탄철강공동체를 주도했다. 이는 오늘날 유럽연합(EU)의 출발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가 겪은 수많은 전쟁은 오히려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프랑스는 다시 한 번 시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가 되었다.

프랑스 역사는 단순히 한 나라의 연대기가 아니다. 그것은 유럽의 정치 질서, 사상의 흐름, 문화의 정체성, 심지어 왕족의 혈통까지 형성한 근간이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결혼으로 유럽을 묶었다면, 프랑스는 혁명과 사상, 문화와 제도로 유럽을 묶어냈다. 따라서 유럽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곧 프랑스의 흔적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유럽의 거울이자 심장이었으며, 그 맥박은 지금도 유럽 전체를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