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익명의 제보자'라는 가면의 늪에 빠졌다. 이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이젠 지쳐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는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니, 만들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는 언제나 있었다. 실망하고 놀랄 일이 아니다. 무한 반복되고 있다. 오페라 '가면 무도회'를 보며 가면(진실, 거짓)의 의미를 보자.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에서 가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역할을 숨기고,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극적 장치다. 총독 리카르도, 아멜리아, 레나토 모두 가면 뒤에서 자신의 감정과 목적을 숨기지만, 결국 그 속의 진실과 욕망이 폭발하며 비극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무도회장의 웃음과 춤 속에서 거짓과 오해가 뒤섞인 현실은 끝내 죽음으로 이어진다.
숨김과 폭로
무도회에서 가면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도구이자, 동시에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장치다. 현대 사회의 익명 내부고발자, 거짓 고발자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발언함으로써 개인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감춰진 부정을 폭로하기도 하고, 거짓을 살포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면은 거짓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를 보호하며 진실을 전하는 도구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처럼 우리의 폐를 파고들어 서서히 숨을 쉴 수 없게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인간의 양면성
오페라 '가면 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가 가면 무도회에서 자신의 신하에게 암살당한 사건이 모티브가 된다. 구스타프 3세는 계몽주의자로 스웨덴을 개혁한다. 하지만 개혁은 늘 갈등이 존재했다. 실제 사건과 다르게 오페라 '가면 무도회'의 중심은 정치적 음모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다. 리카르도의 금지된 사랑, 아멜리아의 갈등, 레나토의 배신은 모두 가면 뒤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은 욕망과 질투를 숨기지만, 결국 감정은 폭발하고 비극으로 귀결된다. 이 가면은 개인적 욕망과 감정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가면은 숨김이자 동시에 인간 본성의 드러남을 상징한다. 가면은 반드시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면의 잘못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가면 중 하나를 선택한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
오페라 '가면 무도회'와 현대 사회 모두에서 가면은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상징한다. 작품에서 리카르도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마지막 순간 아멜리아의 결백을 밝히며 용서를 선택한다. 익명 고발자(진실)는 위험 속에서도 공익을 선택하며 진실을 드러낸다. 가면은 보호막이자 윤리적 도구이지만, 거짓의 가면은 욕망의 보호막이며 비윤리적 도구이다. 거짓은 공동체의 기억을 왜곡시킨다. 왜곡된 공동체의 기억은 국가의 역사로 영원히 기록된다. 즉 가면(익명)은 인간이 욕망과 윤리,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장치다
작품 속 화려한 무대와 가면 속에서 인간은 진실과 거짓, 욕망과 윤리 사이를 오간다. '가면 무도회'의 비극적 결말과 현대 내부고발자(진실,거짓) 모두, 가면이 인간 사회에서 숨김과 폭로, 보호와 책임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가면을 통해 인간의 복잡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으며, 결국 가면(익명)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인간 존재와 사회를 탐구하는 중요한 상징이지 않을까?
어느 영화에서 마지막 대사가 기억난다. '위기 속에 가장 훌륭한 답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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