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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유과 교육 - 생각하는 인간, 과정의 소중함 오늘날의 교육은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학생들은 더 이상 도서관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고, 몇 초 만에 완성된 문장을 받아본다. 이 과정에서 학습의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사유의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는 학생이 직접 쓴 글과 인공지능이 만든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교수는 ‘지식의 평가자’가 아니라 ‘출처의 감별자’가 되어버린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는 생각의 주체가 약화되는 조용한 위기가 숨어 있다.그러나 모든 변화가 반드시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사고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사고를 촉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핵심은 “어떻게 배우는가”에 달려 있다.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지식과의 대화, 정보의 비판적 해석이 교육의 .. 2025. 11. 11.
우리가 잃어버린 것 14 - 희생 필자의 글에 달린 댓글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 영화 '마션'의 에세이에 달린 댓글이었다. 한 사람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보여주는 영화여서 조금 불편했다고 한다. 희생을 해야하는 정당성을 설명해줬더라면 편했을 것이라 했다. 일단 정당성이 설명되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하나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 같다.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겠더라. 희생은 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가장 숭고한 행위로 여겨져 왔다. 고대의 제사에서부터 종교적 구원, 전쟁의 영웅 서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와 신에게 헌신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희생은 점차 ‘비합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익과 효율이 삶의 척도가 된 사회에서, 희생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손해로.. 2025. 11. 10.
영화 '그래비티' - 우주의 무중력, 삶의 중력 2013년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새로운 우주 영화를 선보인다.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7개 부문 수상하며 사이언스 픽션 영화로는 최초로 가장 많은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한 작품이 된다. 허블 망원경의 수리 임무에 투입이 되어 겪는 우주 재난 영화로 등장인물이 적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장면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바타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사상 최고의 우주 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픽션 영화이기에 옥의 티도 있다. 허블 망원경과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톈궁까지의 거리는 멀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궤도도 달라 만나기 어렵단다. 또 우주선 내의 여주인공의 머리가 늘 단정한 것도 무중력을 설명.. 2025. 11. 7.
자연과 시간을 보다 - 클로드 모네, 인상파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클로드 모네는 어린 시절 노르망디 르아브르에서 화가 외젠 부댕을 만나 그림을 배운다. 네덜란드의 풍경화가 요한 바르톨로 용킨트를 알게되면서 공기 중의 빛을 포착해내는 기법을 배우며 그림의 방향을 잡았다. 그는 일본 풍속화인 '우키요에'에 관심을 가졌고 그 문화에 잔뜩 빠졌다. 집안과 정원을 일본풍으로 꾸밀 정도였으니 말이다.모네의 그림을 마주할 때, 우리는 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순간을 본다. 그 순간은 고정되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흘러가며, 햇빛이 바뀌는 찰나의 시간 속에서 모네는 세계를 붙잡는다. 그러나 그가 포착하려 한 것은 단순히 자연의 외형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 즉 ‘본다는 것’ 자체를 그리려 했다. 뚜렷한 선으로 그리는 것이.. 2025. 11. 6.
확신을 의심한 과학자 -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1918년 뉴욕에서 태어난 '파인만'은 10대 부터 물리학과 기계에 재능을 보였다. 동네에서 라디오 고치는 소년으로 이름을 날렸고, 자신의 집에 강도 경보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15세 때는 스스로 고안한 수학 기호들을 사용하여 함수, 대수, 기하학등을 풀어냈다고 한다. MIT에서 수학을 입학했지만, 전기 공학을 거쳐 물리학으로 졸업하고, 24세에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 후,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계획)에 합류하여 연구한다. 이후, 코넬 대학교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재직한다.리처드 파인만은 20세기 과학을 상징하는 이름이지만,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물리학의 공식이 아니라 '의심하는 태도'였다. 그는 “과학은 확신이 아니라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곤 .. 2025. 11. 5.
도시 인문학 21 - 카이로, 하늘과 인간 사이의 도시 나일강의 푸른 흐름과 사막의 황금빛 모래가 맞닿은 곳, 그 경계 위에 카이로가 있다. 이 도시는 인간이 하늘을 향해 세운 기념비이자, 문명과 신앙, 지식이 서로 얽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온 거대한 시간의 건축물이다. 카이로를 걸을 때, 우리는 동시에 수천 년의 시간을 걷는다. 파라오의 무덤과 이슬람의 미나렛, 콜로니얼 건축과 현대의 혼잡한 거리까지, 모든 것이 이 도시에 겹쳐 있다. 북아프리카의 수도라는 별명을 지닌 카이로는 아랍 연맹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다. 요즘 두바이에 밀려난 듯 보이지만 그 위상은 여전하다. 이집트를 떠올리면 '피라미드'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13km 떨어진 '기자'에 '대 피라미드'가 있다. 나일강을 따라 약 1,500km 가 넘는 지역.. 202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