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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낭만 음악가 - 라흐마니노프, 상실과 구원 몰락으로부터 태어난 음악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생은 상실로 시작한다. 귀족의 풍요 속에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가세가 기울고 가족은 흩어졌다.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피아노를 붙잡았다. 그때부터 음악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는 언어가 되었다.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불리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첫 교향곡의 실패는 그의 내면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비평가들은 “지옥의 학생 작품 같다”고 혹평했고, 그는 몇 년 동안 작곡을 멈췄다. 절망의 끝에서 그는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의 치료를 받으며,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이 곡은 절망의 심연에서 피어난 인간의 회복에 대한 찬가이자, 그 자신을 구원한 음악이었다. .. 2025. 11. 2.
우리가 잃어버린 것 13 - 리더와 팔로워 우리는 지금 리더와 팔로워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방향이 없고, 팔로워는 넘쳐나지만 책임이 없다. 겉으로는 수많은 리더십 담론이 넘쳐나지만, 정작 ‘누구를 따라야 할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리더나 팔로워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를 지탱하던 신뢰와 공명일 것이다.과거의 리더십은 권위와 신뢰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리더는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했고, 팔로워는 그 권위를 신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권위만 남고 신뢰는 사라졌다. 정보가 넘치고, 모든 사람이 ‘판단의 주체’가 된 시대에, 리더의 말은 더 이상 진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리더의.. 2025. 11. 1.
KOREAN SERIES - 한화 이글스 예찬 정말 오랜만이다. 대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역사를 쓰고 있다. 이글스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이글스를 사랑하게 된 것은 오히려 이글스가 바닥에 있을 때였다. 구장을 자주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가서 열정을 느끼기도 했고, 연패의 쓰라림도 맛봤다. 답답함도 애틋함도 그리고 희망도 함께 겪으며 2025년까지 기다렸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시작한 KBO리그의 7번째 구단이다. 창단 초반 4번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인정 받는가 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신다. 1999년, 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하며 꽃길이 펼쳐지는 줄 알았지만, 이후 세대교체와 팀리빌딩의 실패로 2008년, 2018년 포스트 시즌 진출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랜 슬럼프를 팬들은.. 2025. 10. 31.
오페라 '살로메'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욕망과 금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인간 심리와 감정을 음악으로 극도로 세밀하게 표현한 오페라 작곡가다. 그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단순한 반주가 아닌 감정과 서사의 확장으로 활용하며, 오페라에서 전통적 형식을 넘어선 실험적 시도를 과감하게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낭만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불협화음, 극적 긴장을 동시에 담아내며, 음악적 서사와 인간 심리를 결합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오페라 '살로메'는 슈트라우스의 이러한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성서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살로메의 집착과 욕망을 강렬하고도 음악적으로 극화한 오페라이다. 구스타프 말러는 슈트라우스와 라이벌 의식을 가졌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최고의 작품'이라며 직접 지휘를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살로.. 2025. 10. 30.
영화 '기생충' - 공간 철학과 인간 욕망 2019년, 대한민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의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영화 '기생충'이다. 대한민국에서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72회 칸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 황금종려상 수상, 그리고 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다. 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작품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각본상의 4관왕을 달성하며 아카데미 영화제 역대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 영화로 기록된다. 이미 '설국열차'로 이름 알린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촬영시 이미 이야기의 구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영화 '옥자'의 촬영을 마치고 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계층과 그 속의.. 2025. 10. 30.
책 표지(북커버) 소개 - 책의 두 얼굴 오래가진 않았지만 한동안 전자책에 대한 로망으로 전자책을 구매한 적이 있다. 많은 책을 한곳에 보관하고 쉽게 열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책을 처리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오페라 악보도 태블릿에 저장하여 손과 가방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 종이책과 오페라 스코어를 다시 사용한다. 다들 비슷한 이유겠지만, 종이를 넘기는 순간과 손의 촉감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표지'다. 책의 표지는 책 한 권의 세계가 모두 들어있다. 그 안의 세상을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첫인상이된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절제되고, 때로는 모호하다. 책의 표지는 책의 성격을 짐작하고, 제목과 색의 조합에서 책 안의 세계를 드러낸다. 필자가 가장.. 2025.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