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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KOREAN SERIES - 한화 이글스 예찬

by Polymathmind 2025. 10. 31.

정말 오랜만이다. 대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역사를 쓰고 있다. 이글스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이글스를 사랑하게 된 것은 오히려 이글스가 바닥에 있을 때였다. 구장을 자주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가서 열정을 느끼기도 했고, 연패의 쓰라림도 맛봤다. 답답함도 애틋함도 그리고 희망도 함께 겪으며 2025년까지 기다렸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시작한 KBO리그의 7번째 구단이다. 창단 초반 4번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인정 받는가 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신다. 1999년, 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하며 꽃길이 펼쳐지는 줄 알았지만, 이후 세대교체와 팀리빌딩의 실패로 2008년, 2018년 포스트 시즌 진출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랜 슬럼프를 팬들은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렸다. 팀은 바닥을 전전하며 어려웠지만 팬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중이었다. 심지어 '보살팬'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결혼할 남자가 한화팬이라면 무조건 허락한다는 유머가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많은 명장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끈질긴 야구가 시작되었다(필자 의견). 데이터 상으로 봐도 김성근 감독 재임시 팬층의 증가, 특히 여성팬의 증가한다. 김성근 감독의 경질 이후에도 팬덤은 유지되었으며, 성적에 따른 응원이 아니라 충성 팬심이 자리잡는다. 팬들은 늘 오렌지빛으로 관중석을 물들였고, '언젠가는'을 외치며 경기장을 채웠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말은 팬들에게 희망 고문이었고, 시간을 견디는 훈련 같았다. 

그리고 2025년, 이글스는 후드티와 잠바, 그리고 담요를 준비해야했다. 정규 시즌 2위로 마무리하며, 1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도착한다. 한화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종종 결과를 통해 의미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패배와 실패를 거듭한 과정에서 더 큰 의미와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해도 이글스 팬들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희망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며,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패배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믿음으로 걸어갔다. 그 희망은 팀과 함께 웃고 울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기다림은 이글스 팬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낸다. 과정 속에 숨은 선수 개개인의 히스토리들은 한화 이글스를 완성할 것이다. 팬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사랑하고, 선수들은 그 과정에 피땀을 흘려 최선을 다한다면 한화 이글스는 성공이다. 

2025년의 한국시리즈는 끝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쓰이는 이야기의 첫 장이다. 이글스의 야구는 이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만 동시에 미소 짓는다. 왜냐하면 한화의 역사처럼, 삶도 결국은 기다림의 예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