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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낭만 음악가 - 안톤 브루크너, 신앙과 음악 겸손한 영혼, 내면의 신을 향한 여정1824년 오스트리아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안톤 브루크너는 도시적 감각과는 거리가 먼 시골 출신의 음악가이다. 그는 가난했지만, 교회와 음악이 곧 삶의 중심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오르간을 연주하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소리를 느꼈고, 음악을 신과 대화하는 언어로 이해하며 작곡을 하였다. 그는 사회적으로는 내성적이고 순박했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신을 향해 자신을 단련하는 노력을 한다. 브루크너는 평생 불안과 열등감, 그리고 신 앞에서의 겸손함 속에서 살았지만 그 내면의 불안은 음악 속에서 장엄한 구조로 승화되었다. 그는 늘 '모든 영감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라고 말한다.그의 생애는 화려하지 않았고, 빈의 음악계에서는 종종 ‘촌스러운 신앙인’으로 조롱받기도 했다. 그.. 2025. 10. 8.
추석과 추수감사절 - 감사와 자연의 순환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긴 추석 연휴가 지나간다. 연휴의 길이를 알고 나서, 사람들은 미리 계획을 세운다. 늘 깨지는 신기록이지만 올 추석에 해외 여행 인구는 신기록 갱신한다. 연휴의 한창을 즐기며 문득 질문이 생겼다. 동서양의 추석 혹은 추수감사절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절기를 만들었을까? 우리는 그 근본적인 의미를 알고 지날까? 하는 질문이다. 자연의 질서계절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태양 주위를 도는 것에서 비롯된다. 즉 태양의 고도와 빛의 각도에 따라 계절은 결정된다. 인간은 늘 하늘을 보며 살았다.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절기라는 것을 만들었다. 동양은 달의 주기로, 서양은 태양의 주기로 관찰한다. 인류는 그 질서를 읽어내어 하늘이 허락.. 2025. 10. 7.
우리가 잃어버린 것 10 - 시간의 끝 며칠 전, 영화 '맨 프롬 어스'의 에세이를 쓰면서 이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시간은 누가 정의했는가?'였다. 주인공 존 올드맨(크로마뇽 인)은 14,000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그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인간이 정의 내렸다. 시간이란 자연의 반복으로 인간이 그 의미를 정의하며 과학으로 정식화한 것이다.시간을 처음 정의한 것은 고대인들이었다. 낮과 밤에 보이는 태양,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주기적 질서를 발견한다. 그것을 기록하면서 측정하고,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를 찾아낸다. 해시계, 물시계는 자연의 반복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최초의 장치였다. 즉, 시간 정의의 시작은 이미 정해진 자연의 반복을 인간이 받아 적은 것이었다. 플라톤은 시간을 '영원의 움직이는 형상'이.. 2025. 10. 6.
오페라 '가면 무도회' - 가면 속의 의미와 현대의 익명 요즘 대한민국은 '익명의 제보자'라는 가면의 늪에 빠졌다. 이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이젠 지쳐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는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니, 만들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는 언제나 있었다. 실망하고 놀랄 일이 아니다. 무한 반복되고 있다. 오페라 '가면 무도회'를 보며 가면(진실, 거짓)의 의미를 보자.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에서 가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역할을 숨기고,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극적 장치다. 총독 리카르도, 아멜리아, 레나토 모두 가면 뒤에서 자신의 감정과 목적을 숨기지만, 결국 그 속의 진실과 욕망이 폭발하며 비극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무도회장.. 2025. 10. 4.
도시 인문학 18 - 오사카, 웃음과 상인의 철학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생활, 그리고 정신이 쌓여 형성된 문화적 유산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제3의 도시 오사카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독특한 결을 지닌다. 교토가 제국의 정신적 수도였고, 도쿄가 근대 이후 정치·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오사카는 늘 “생활과 사람”의 도시였다. 이 도시는 상업과 웃음, 그리고 다문화적 개방성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상인의 도시에도 시대,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 불렸다.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쌀과 물자가 이곳에서 거래되었고, 유통의 중심지로서 일본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부의 축적이 아니었다. 오사카 상인들은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했으며, “돈은 돌고 도는 것이지만, 신용은 쌓.. 2025. 10. 3.
영화 '맨 프롬 어스' - 불멸, 인간의 조건 2007년 미국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영화가 개봉한다. 약 20만 달러, 제목에 어스(Earth)가 들어가는데 저예산 영화다. 화려한 장면이나 특수효과가 전혀 없는 작품이다. 무대는 오직 한 교수의 집 거실이며, 영화의 전개는 대화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단조로운 설정 속에서 영화는 인류의 역사와 종교, 철학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존 올드맨은 동료 교수들에게 자신이 14,000년을 살아온 크로마뇽인이라고 고백한다. 늙지 않고 세월을 건너 살아온 그는 인류사의 주요 순간들을 직접 경험했으며, 심지어 역사적·종교적 인물들과 얽혀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간과 인간의 유한성존은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한 시대의 탄생과 몰락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인간과 관계를 맺고도 반드시 이별해야 .. 2025.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