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니콜라 르두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계몽주의의 물결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이 시기, 한 건축가는 단순한 벽돌과 석재를 넘어 사회와 도덕을 설계하려 했다. 그는 바로 '클로드 니콜라 르두(Claude-Nicolas Ledoux)'였다. 프랑스 도르도뉴에서 태어난 르두는 귀족들과 국가기관의 건축을 주로 담당했다. 혁명 때는 투옥이 되기도 하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건축 이론에 몰두하게 된다. 생전에 많은 건축안이 계획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후대 건축과 도시계획에 큰 영향을 끼친다. 르두는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도덕, 기능을 표현하는 도구로 본다. 이 개념은 지금의 도시계획과 건축철학의 기초가 된다. 르두는 건축을 인간의 삶과 윤리, 법제까지 통합하는 예술로 간주했으며, 그의 작업은 고대 로마의 아름다움을 따르되, 그것을 이상적인 사회 질서의 표현 수단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이상 도시
르두의 대표작 중 하나는 '살트슈르살롱' -소금 공장이다. 산업시설이면서도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갖춘 작품이다. 반원 형태의 배치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각 건물은 소금 생산이라는 기능적 역할뿐 아니라 사회 질서와 위계를 시각화한다. 직원용 주거와 휴게소, 교회와 식량 자급용 농장까지 완비한 복합단지였다. 반원만 남아있지만 원래는 인근 농민들의 주거와 학교까지 수용하면 원형의 농공 복합단지로 완성된다. 계몽주의 영향을 받은 당시는 수학을 이성의 실체라 믿었고, 르두 역시 원형과 대칭의 엄격한 기하학으로 설계했다.
소금 공장을 중심으로 '이상 도시'를 설계한다.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노동자, 관료, 예술가 등 각 계층의 역할에 맞춘 맞춤형 건축물이다. 그는 건축이 도덕과 법, 나아가 인간의 이상을 구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둥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정의의 상징이 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건축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공동체적 윤리를 심어주는 교육적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당시는 그의 철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너무 급진적이고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철학
앞서 언급했듯 그의 저서 '예술, 도덕, 법의 관점에서 본 건축'에서는 건축이 인간의 윤리적 성장을 돕고, 공동체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능주의적 사고를 발전시켰지만, 그 기능이 단순한 유용성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사회의 질서를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현실의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업과 역할에 따라 건물이 다르게 설계되며, 이것은 사회적 조화와 공공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당시의 시대정신(계몽주의)을 따라가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고전주의적 전통을 계승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시대를 앞서 간 사상가이자 건축가로, 건축을 '눈에 보이는 철학'으로 승화시킨다. 르두는 우리에게 말한다. '건축은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상을 구조물에 담아내려 한 그의 너무 앞서간 시도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의 정의의 기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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