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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대의 잃어버린 과학-모아이 석상, 기억, 파괴

by Polymathmind 2025. 5. 1.

이스터 섬, 모아이 석상

모아이 석상

태평양 폴리네시아에 위치한 칠레 이스터 섬에서 이상한 석상들이 발견된다. 섬의 규모에 비해 석상의 수가 많고 거대하며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스터 섬에 정착한 부족이 둘로 나뉘면서 경쟁 관계를 이루던 과정에서 석상이 만들어졌다한다. 제작과 운반 방법 그리고 존재 이유는 아직도 불가사의하다. 이스터 섬에는 운반을 위한 목재가 없기 때문에 또다시 외계인 개입설이 있다. 석상을 발굴하던 중 지층에서 야자수 꽃가루가 발견되어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있었던 나무를 사용하여 운반했다는 가설이 힘을 받는다. 석상의 모습은 마오리족의 신인 '티키'라는 연결성이 있다. 잉카 제국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가설도 있다. 석상의 크기는 길이 20m, 무게는 90 ton 가량이라 한다. 초기에는 현무암으로 나중에는 응회암으로 재료가 바뀌기도 한다. 

조상의 얼굴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다. 그것은 죽은 조상의 얼굴이며, 살아 있는 이들을 보호하는 존재였다. 라파 누이 사람들은 조상이 죽은 후에도 그 ‘마나’(영적) 힘이 공동체를 지키길 바랐다. 그래서 조상의 얼굴을 정교하게 깎아 바다를 등지고 마을을 향해 세웠다. 그것은 하나의 시선, 하나의 권위, 하나의 기억이었다. 각 마을마다 더 크고 무거운 모아이를 세우려 한 이유는 그 기억이 곧 권력이며,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아이는 신앙과 위계, 기억의 거대한 상징이 되어 섬 전역에 퍼져 나갔다.

기억, 공동체

이 거대한 석상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현대 연구자들은 수십 명의 인원이 줄을 잡고 좌우로 흔들며 ‘걷듯이’ 옮겼을 것이라 추정한다. 인간의 노동이 단지 물리적인 기능을 넘어서, 공동체의 협력과 상징적 실천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공동체가 ‘기억’을 옮기고 ‘정체성’을 이동시키는 의식과도 같았다. 모아이 하나가 세워지는 데 필요한 노력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참여시키며, 그들을 하나의 서사 안으로 끌어들였다. 모아이는 그렇게 기억을 세우는 정치이자 예술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했고, 경쟁은 심화되었다.

거울, 경고

모아이 문명은 성공한가, 실패한가? 이 질문은 단순지 않다. 라파 누이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고립된 섬에서 창조적 기술과 신앙을 결합해 정교한 사회를 이뤘다. 하지만 과도한 벌목과 자원 고갈은 생태계 붕괴를 초래했고, 모아이를 세우던 체계는 무너졌다. 조상을 기리는 석상이 조상들의 후손을 고통에 몰아넣은 셈이다. 이는 현대 문명에도 경고를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파괴하고 있는가? 인간은 항상 ‘기억’을 남기려 하지만, 때로 그 기억을 남기기 위한 기술과 욕망이 문명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모아이는 그 침묵 속에서, 오늘의 우리를 묻고 있다.

기억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자, 동시에 짐이다. 인간은 잊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세우고, 쓰고, 남긴다. 모아이는 그 극단적인 형태였다. 그것은 잊지 않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며, 돌로 새긴 정체성의 문장이었다. 그러나 기억은 단지 과거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결정짓는 힘이기도 하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억은 삶을 견디게도 하지만,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고 말한다. 라파 누이의 모아이들은 조상을 기념하려는 기억이 결국 공동체를 고립과 붕괴로 이끈 모순의 표상이었다. 기억이란, 무엇을 남길지뿐 아니라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묻는 윤리적 선택이다. 모아이 석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말없이 묻는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미래에 전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