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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쉰들러 리스트' - 인간을 구한 인간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개봉한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꼭 봐야하는 영화라며 가족이 모두 보자고 하셨다. 아마 그때 영화관이란 곳을 처음 간 것 같다. 첫 영화관 관람은 나에게 엄청난 각인으로 남았다. 가족과의 관람,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들은 사실 중학생인 필자에겐 그러했다.이 영화는 원작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영화로 제작한다. 영화음악의 대가 존 윌리엄스는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양심, 도덕, 그리고 기억에 대한 질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둠 속, 한 사람의 선택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역사적 일화가 아니라 인간성의 가능성을 증언하는 이야기다. 스필버그는 카메라를 통해 폭.. 2025. 10. 15.
우리가 잃어버린 것 11 - 웃음 웃음,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비추는 거울웃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이고도 섬세한 표현이다. 그러나 웃음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부조리나 모순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고 보았다. 웃음은 인간의 이성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결핍된 존재이기에, 완전하지 않은 세계를 마주할 때 그 모순 속에서 웃게 된다.어린 시절의 웃음은 순수하다. 이유 없이 터지는 웃음, 친구와의 장난 속의 웃음, 가족과 나누는 대화에서 웃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며 사회적 규범과 자기 통제의 무게가 커질수록 우리는 웃음을 잃는다. 웃음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감각과 존재의 거리감을 잃는 일이다.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대해 생각.. 2025. 10. 14.
[추추책] 프랑스사 산책 리뷰 - 피의 혼인 속에서 피어난 혁명의 정신 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 역사'는 단순히 한 나라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 권력, 그리고 자유에 대한 서사시다. 뒤마는 문학가의 시선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며, 건조한 연대기 대신 인간의 감정이 살아 있는 이야기로 과거를 되살린다. 그가 묘사한 프랑스의 역사는 피와 혼인으로 얽힌 복잡한 관계망이었고, 그 속에서 한 시대의 희극과 비극이 교차했다.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랑스의 역사가 곧 유럽의 역사였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왕실은 고립된 섬이 아니었다. 혼인은 곧 외교였고, 사랑은 정치의 언어로 대체되었다. 딸 하나의 결혼은 국경을 바꾸었고, 사위 하나의 야망은 전쟁을 불러왔다. 혈연은 연합의 끈이었지만, 동시에 전쟁의 명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왕가의 결혼은 대.. 2025. 10. 13.
오페라 '돈 파스콸레' - 웃음 속의 인간 본성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19세기 이탈리아 코미디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단순한 웃음 뒤에 인간 본성과 심리를 깊이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로마에서 초연된 이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도니체티 특유의 밝고 유려한 멜로디와 날카로운 심리 묘사가 결합된 전형적인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이다.이야기는 재산과 권위에 집착하는 노인 돈 파스콸레와 그의 조카 에르네스토, 젊은 연인 노리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돈 파스콸레는 늙었지만 젊은 아내를 얻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며, 그 과정에서 조카 에르네스토와 노리나에게 교묘히 속는다. 결국 그는 웃음과 동시에 교훈을 얻으며, 권위와 허영,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스스로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각 인물은 단.. 2025. 10. 11.
사실주의 화가, 장-프랑수아 밀레 - 자연과 인간의 존엄을 그린 화가 흙 속에서 태어난 화가19세기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르뷔흐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장-프랑수아 밀레이다. 밀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자연과 노동이 주는 고된 리듬 속에 자랐다. 그러나 그에게 농사일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삶의 근원적인 체험이었다. 가난했지만, 가족은 경건한 신앙과 근면함을 가르쳤다. 밀레는 이 환경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선을 얻었다.파리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역사화나 신화화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는 도시의 화려함보다 시골의 흙냄새, 땀, 그리고 기도의 순간들에 예술의 진실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그는 현실 속 농민들의 삶을 그리는 화가로 방향을 정했다. 당시의 예술계는 이를 ‘비천.. 2025. 10. 10.
머리로 우주를 탐구한 과학자 - 스티븐 호킹 스티븐 윌리엄 호킹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블랙홀이 있는 상황에서 우주론과 양자 중력의 연구를 했으며, 대중적인 과학 서적을 많이 저술한다. 그 중, '시간의 역사'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21세에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을 앓아 몸을 움직일 수 없게되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았다. 그의 삶은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역설 중 하나다.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육체 속에 갇혀 있었지만, 그 사유는 우주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았다. 병으로 인해 점점 말을 잃어가면서도 그는 여전히 별을 이야기했고,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어, 인간 정신의 무한한 확장을 증명하는 상징이었다. 영국 왕립학회에 역사상 가장 젊은 회원(33살).. 2025.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