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30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유럽의 예술과 사상은 깊은 전환의 길목에 서 있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이상을 추종하며 이성과 질서, 균형을 중시하던 신고전주의는 사회적, 철학적 격변 속에서 점차 힘을 잃고, 그 자리를 감성과 상상력, 주관성을 강조하는 낭만주의가 대신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양식의 교체가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전환이었다. 사실 앞의 기간들, 바로크, 로코코에 비해 비교적 짧고, 이후 낭만주의의 폭발과 대조되면서 순간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고전주의는 철학과 예술을 응축하며 사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방아쇠였다. 신고전주의는 계몽주의와 궤를 같이하며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문학과 미술, 음악에서는 규칙과 형식을 중시했고, 자연은 수.. 2025. 5. 15.
인간과 AI 에 대하여 질문 인간은 더 이상 특별한가? AI가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AI는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흉내 내며 예술을 창작한다. 이는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인간은 감정과 창조성, 도덕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다른 존재와 구별 지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AI는 언어를 이해하고 음악을 작곡하며, 인간과 흡사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인간만이 고유하다는 믿음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기술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바꾼다고 보았는데, AI는 그러한 기술의 정점에서 인간마저 자원화된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는다면 기술에 기대는 삶을 살게 되며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성을 더욱더.. 2025. 5. 14.
신고전주의 문학 - 괴테, 문학과 사유 괴테와 인간의 내면 세계: 감성과 이성 사이 괴테는 문학사에서 낭만주의의 문을 연 인물로 자주 기억된다. 하지만 그의 문학은 단순히 감정의 해방이나 자연에 대한 찬양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감성과 이성, 충동과 도덕, 혼돈과 질서라는 대립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인간 존재의 균형을 모색한 사유의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감정의 격류에 휩쓸리는 젊은이의 자아 해체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낭만적 절망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 도덕의 틀 속에서 고통받는 감수성의 절규이기도 하다. 괴테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분열을 폭로하면서도, 그것이 개인적 고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의 문학은 결국 감정의 격렬함을 뛰어넘어 이성과의 화해를 지향한다. 특히 '파우스트'에서는 욕.. 2025. 5. 13.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 재난, 불신, 그리고 회복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2023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 영화는 루만 일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현대 사회의 불안과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단순한 재난 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사이버 테러로 인한 국가위기 사태로 인간의 욕망에 의한 자업자득을 이야기한다. 재난과 존재영화의 시작은 문명의 껍질이 서서히 벗겨지는 과정이다. 전력망의 정지, 네트워크의 두절, 해변을 뚫고 선 유조선이 모든 것은 기술에 의존하던 인간이 근원적인 불안정한 존재 상태에 놓였음을 암시한다. 이 영화는 문명의 사라진 순간을 보여준다. 모든 체계가 무너진 뒤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의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가 신뢰하던 문명이 무너지고 인간은 나를.. 2025. 5. 9.
신고전주의 건축-클로드 니콜라 르두, 이상, 철학 클로드 니콜라 르두18세기 후반, 프랑스는 계몽주의의 물결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이 시기, 한 건축가는 단순한 벽돌과 석재를 넘어 사회와 도덕을 설계하려 했다. 그는 바로 '클로드 니콜라 르두(Claude-Nicolas Ledoux)'였다. 프랑스 도르도뉴에서 태어난 르두는 귀족들과 국가기관의 건축을 주로 담당했다. 혁명 때는 투옥이 되기도 하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건축 이론에 몰두하게 된다. 생전에 많은 건축안이 계획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후대 건축과 도시계획에 큰 영향을 끼친다. 르두는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도덕, 기능을 표현하는 도구로 본다. 이 개념은 지금의 도시계획과 건축철학의 기초가 된다. 르두는 건축을 인간의 삶과 윤리, 법제까지 통합하는 .. 2025. 5. 8.
도시 인문학 6 - 이스탄불, 경계와 공존 이스탄불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 도시의 절반은 유럽, 동쪽 절반은 아시아에 속한다. 고대 아나톨리아 문명으로 시작해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이의 강국이었던 히타이트 제국, 그리고 그리스 식민도시와 로마 제국의 식민 도시로 아시아 속 유럽 문화의 특징을 갖게 된다.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이곳을 '콘스탄티노폴리스'로 개명하고 제2의 로마로 선언하며 약 1,000년간 동로마 제국의 수도로 이어진다. 기독교 중심의 제국이자,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의 계승 도시었던 이곳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한다. 오스만 제국은 이곳을 지금의 이스탄불로 다시 개명하여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삼았다. 19세기에 서구 열강의 압력과 내부 부폐 그리고 민족주의 운동으로 오스만 제국은 사라진다. 1923년 ..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