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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과 과학 - 자연의 언어, 과학의 기초, 철학 자연을 해석하는 언어기하학은 단순히 도형을 그리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언어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며, 수학과 기하학이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구조라고 보았다. 그의 신념은 단지 철학적 선언이 아니라, 별의 움직임, 물체의 비례, 음악의 조화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질서에 근거한 것이었다.기하학은 곧 자연의 법칙을 해독하는 열쇠가 되었다. 원, 삼각형, 비율과 대칭의 개념은 천문학,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그것은 우주의 조화가 인간 이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자연은 무질서한 혼돈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구조를 가진 ‘읽을 수 있는 세계’였던 것이다.과학의 뼈.. 2025. 5. 24.
기하학과 예술의 만남- 고대 건축, 르네상스 그리고 이슬람 선을 따라 그린 아름다움 - 고대 건축아름다움은 감각의 문제인 동시에 질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조화로운 비례, 균형 잡힌 구도, 반복되는 무늬에서 미를 느끼는데, 이 감각 뒤에는 기하학이라는 질서의 언어가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기하학은 오랜 세월 인간 정신 속에서 교차하며, 서로를 풍요롭게 해왔다.기하학과 예술의 만남은 고대 건축에서 시작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은 모두 기하학적 대칭과 비례에 따라 설계되었으며, 신성한 세계 질서를 땅 위에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기하학은 우주와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상징적 다리였고, 예술은 그 다리를 시각화하는 수단이었다.르네상스이 만남이 정점을 찍은 시기가 바로 르네상스다. 특히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 건축을 연구.. 2025. 5. 23.
기하학의 역사와 철학 - 선을 긋는 인간 기하학의 역사기하학의 시작은 철학보다 훨씬 실용적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매년 나일강의 범람 후 경계를 다시 측량해야 했기에, 땅을 재는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이처럼 기하학은 처음부터 공간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단순히 땅을 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도형을 그리면서 점차 공간의 질서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 질서 안에서 진리를 찾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는 이러한 기술을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플라톤은 기하학을 “감각을 넘어선 세계를 향한 지적 수련”으로 보았다. 기하학 도형은 현실에는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정신 안에서는 이상적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였다. 플라톤의 제자인 유클리드는 이 사유를 체계화하여 '기하학 원론'을.. 2025. 5. 22.
낭만주의 미술 - 프란시스코 고야, 어둠, 광기 격변 속에서 태어난 화가프란시스코 고야는 1746년 스페인 아라고나 지방의 작은 마을 푸엔데토도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고, 마드리드에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벨라스케스와 렘브란트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다. 30대에는 왕실의 주문을 받아 태피스트리(벽걸이 직물) 디자인을 하며 궁정에 발을 들였고, 귀족들의 초상화로 명성을 쌓으며 1786년에는 마침내 왕실 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1793년, 원인불명의 병(콜레라에 의한 고열설)으로 청력을 완전히 잃게 된 그는 내면의 심연과 마주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프랑스혁명의 이상에 이끌렸고, 철학책들을 탐독한다. 이후 그의 그림은 점차 화려함을 버리고, 인간의 고통과 광기, 사회의 모순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권력.. 2025. 5. 20.
오페라 '라 보엠' - 푸치니, 사랑과 자유, 그리고 죽음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자코모 푸치니'는 '베르디' 이후 가장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은 아름다운 동시에 고난도 작곡 기법을 사용한다. 그의 어린 시절은 문제의 연속이었다. 그는 음악을 배우면서 인생이 바뀐다. 결국 명문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오페라의 길로 들어선다. 앞서 살펴봤던, '토스카' , '나비부인' 등이 대성공을 거둔다. 그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의 이탈리아 오페라를 완성하고 현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길을 열었다. 그는 인후암으로 수술받기 직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라 보엠'은 사실주의 오페라에 속한다. 왕족이나 귀족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인물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완성시.. 2025. 5. 17.
도시 인문학 7 - 하이델베르크, 철학과 낭만 철학자의 길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독일 낭만주의자들과 철학자들이 실제로 사유하며 걷던 길이었다. 산책로라기보다 하나의 철학적 공간이다. 걷는다는 행위는 철학에 있어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닌, 사유의 전제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장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고, 칸트는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걷는 산책을 철저히 지켰다.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들도 이 길을 걸으며 존재, 역사,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철학자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오른편으로는 중세 고성과 넥카 강이 펼쳐지고, 왼편으로는 고요한 숲이 이어진다. 이 풍경은 사유에 적합한 리듬과 공간을 제공한다. 사색은 언제나 속도보다 리듬을 필요로 한다. 걷는 속도는 사고의 깊.. 2025.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