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오페라 '돈 파스콸레' - 웃음 속의 인간 본성

by Polymathmind 2025. 10. 11.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19세기 이탈리아 코미디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단순한 웃음 뒤에 인간 본성과 심리를 깊이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로마에서 초연된 이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도니체티 특유의 밝고 유려한 멜로디와 날카로운 심리 묘사가 결합된 전형적인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이다.

이야기는 재산과 권위에 집착하는 노인 돈 파스콸레와 그의 조카 에르네스토, 젊은 연인 노리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돈 파스콸레는 늙었지만 젊은 아내를 얻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며, 그 과정에서 조카 에르네스토와 노리나에게 교묘히 속는다. 결국 그는 웃음과 동시에 교훈을 얻으며, 권위와 허영,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스스로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각 인물은 단순한 코미디적 캐릭터가 아니다. 돈 파스콸레는 욕망과 허영, 권위에 대한 집착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리석음을 상징한다. 반면, 노리나는 기지와 용기로 상황을 조율하며, 여성의 지혜와 주체성을 나타낸다. 에르네스토는 젊음과 유연한 사고,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대표하며, 세대 간 지혜와 권력의 긴장을 드러낸다. 이러한 심리적 구조는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인간 사회와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게 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 작품은 몇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인간 욕망과 허영이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돈 파스콸레의 행동은 코믹하지만, 인간이 나이를 먹어도 본능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다. 둘째, 젊은 세대의 기지와 지혜가 권위와 경험에 도전하는 구조를 통해, 사회적·세대적 긴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셋째, 웃음 속에는 사랑과 이해, 인간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돈 파스콸레의 욕심부린 결혼 실패는 단순한 벌이 아니라, 노리나와 조카 에르네스토의 결혼을 인정하며 자기 성찰과 관계 회복의 기회를 선택한다. 

음악적으로도 '돈 파스콸레'는 인물과 상황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도니체티는 아리아와 앙상블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유머 장면에서는 리듬과 멜로디의 변화를 통해 웃음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1막 처음 노리나의 아리아 “Quel guardo il cavaliere!”에서는 소설책을 읽으며 부르는 노래인데, 책 속 인물의 아이러니와 상황의 긴장을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캐릭터와 상황을 대입시켜 관객이 이야기와 심리에 동시에 몰입하게 한다.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단순한 코믹 오페라 가 아니라, 웃음 속에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표현하고 탐구한 작품이다. 돈 파스콸레의 어리석음과 젊은 세대의 기지는 오늘날까지도 인간관계, 세대 간 갈등, 권위와 지혜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사회적 지혜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