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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후기 낭만 음악가 - 안톤 브루크너, 신앙과 음악

by Polymathmind 2025. 10. 8.

겸손한 영혼, 내면의 신을 향한 여정

1824년 오스트리아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안톤 브루크너는 도시적 감각과는 거리가 먼 시골 출신의 음악가이다. 그는 가난했지만, 교회와 음악이 곧 삶의 중심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오르간을 연주하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소리를 느꼈고, 음악을 신과 대화하는 언어로 이해하며 작곡을 하였다. 그는 사회적으로는 내성적이고 순박했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신을 향해 자신을 단련하는 노력을 한다. 브루크너는 평생 불안과 열등감, 그리고 신 앞에서의 겸손함 속에서 살았지만 그 내면의 불안은 음악 속에서 장엄한 구조로 승화되었다. 그는 늘 '모든 영감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라고 말한다.

그의 생애는 화려하지 않았고, 빈의 음악계에서는 종종 ‘촌스러운 신앙인’으로 조롱받기도 했다. 그러나 브루크너는 흔들리지 않고, 세속적 명성이 아닌, 진실한 믿음과 진리의 소리를 추구한다.

시간과 구조로 쌓아올린 신의 공간

브루크너의 음악은 흔히 ‘소리의 대성당’이라 불린다. 그는 음악을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신성한 건축물처럼 세웠다. 그의 교향곡은 매우 장대하고 느리게 전개되며, 한 음 한 음이 기둥처럼 공간을 채운다. 그의 교향곡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며, 서두에서부터 천천히 쌓아올라 절정에 도달한다. 이는 신전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그는 오르가니스트였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마치 오르간처럼 다루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층을 이루며, 음향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화성 진행은 종종 미사곡의 음향을 연상시키며,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잡으며 신의 목소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바흐에게서 배운 대위법은 그의 작품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며, 혼돈 속의 조화를 이룬다.

그의 교향곡 제7번은 바그너의 죽음을 추모한 작품으로, 이런 특징들을 잘 표현하여 슬픔 속에서 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명작이다. 이 곡에서 브루크너는 인간의 비탄을 넘어선 초월적 평화를 음악으로 구현하여 우리를 신의 공간으로 이끈다.

인간의 불안에서 신의 질서로

브루크너의 음악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종교적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절대적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평생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음악 속에서는 완벽한 믿음을 세운다. 즉 그의 음악은 두려움과 경건함, 불안과 믿음이 공존하는 철학적 공간이다. 이 점에서 브루크너는 음악의 형식을 넘어, 인간이 의미를 찾는 여정을 예술로 표현한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교향곡은 “신의 언어로 쓴 인간의 일기”와도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브루크너는 생전에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세월이 흐른 뒤, 말러, 카라얀, 첼리비다케 같은 지휘자들에 의해 재평가되며, 낭만주의 교향곡의 정점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음악은 한 인간이 신에게 다가가려 한 여정이다.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인간은 어디에서 위로를 얻는가?' 그의 답은 그의 인생이 말해준다. 바로 음악이다. 신이 만든 조화에서 위로를 얻는다. 비오는 연휴에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