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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위로 -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끔 어린이 오페라를 작업한다. 최대한 어린이의 시선과 생각을 고려하며 준비한다. 아이들의 반응을 신경쓰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유투브를 보는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꽤 연구한다. 하지만 공연을 하다보면 열심히 준비한 부분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 일어난 곳이 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에서 엄청난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어제 어린이 오페라 '혹부리가 되고 싶은 도깨비'를 올렸다. 이번에도 나름 준비를 한 부분들이 반응이 좋았다. 어제도 역시 한 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다. 줄곧 연습할 때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다. 나의 예상은 아이들이 웃을거라고 생각했다.도깨비 배역이 노래대회에서 가사를 틀려서 당황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당황해서 눈물을 흘리는 .. 2025. 7. 5.
상식(Common Sense)이란? 그 기준은? 상식, 사회적 기준인가?상식은 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하고, 줄을 설 때는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를 지켜야 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정말로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일까?전통적으로 상식은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된 윤리와 규범의 묵시적 합의로 작용해 왔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지침인 셈이다. 사회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점은, 우리가 상식을 일종의 사회 질서의 기초로 여긴다는.. 2025. 7. 4.
오페라 '잔니 스키키' - 가족, 욕망과 반전 오페라 '잔니 스키키'와 단테 '신곡'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는 단막의 희극으로, 인간의 욕망과 기지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그 뿌리는 바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Divina Commedia), 그 중에서도 지옥편 제30곡에 닿아 있다.단테는 ‘거짓말과 사기’를 저지른 자들이 모인 지옥 8번째 의 열 번째 굴(볼지아)에 잔니 스키키라는 실존 인물을 배치한다. 그는 피렌체의 부호 부오소 도나티를 가장해 위조된 유언장을 작성한 죄로 지옥에 떨어진 자다. 단테는 그를 “다른 이의 모습을 흉내 내어 유산을 조작한 자”로 묘사하며, 윤리적·종교적 가치의 위반자로 단죄한다.그러나 푸치니는 이 인물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오페라 속 지안니 스키키는 부자.. 2025. 7. 3.
영화 '인셉션' - 인간 내면으로의 꿈속 여행 현실과 인식 –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는가영화 '인셉션'의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가?"주인공 코브는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주입하는 ‘마음의 도둑’이다. 그러나 꿈이 너무나 정교해지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팽이가 멈췄는지, 계속 도는지를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것은 관객에게도 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진짜인가?"이 질문은 철학자 데카르트의 회의주의와 닮아 있다. 감각과 경험이 모두 의심스럽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철학적 회의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실존적 결단으로 나아간다. 코브는 결국 "현실이 진짜인지 아.. 2025. 7. 2.
도시 인문학 11 - 베를린, 상처의 기억 그리고 창 베를린과 상처의 건축베를린은 잊지 않기로 선택한 도시다. 단절된 과거, 나뉘어진 공간, 비극의 역사를 도시 그 자체에 새겨 넣었다. 많은 도시들이 전쟁이나 독재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는 반면, 베를린은 과거를 지우는 대신 도시의 일부로 남겨두었다. 베를린 장벽의 흔적은 도시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땅 위에는 장벽이 지나갔던 자리에 금속선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매일 그 위를 걷는다. 무심히, 혹은 의식적으로. 과거는 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자, 시민의 일상과 만나는 물리적 장소다.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토포그래피 오브 테러(Topography of Terror), 슈타지 감옥 박물관 등은 고통의 기억을 아카이브화하지 않고, 체험 가능한 감각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들은 관람객에게 감정을 주입하지 않는다.. 2025. 7. 1.
낭만주의 미술가-들라크루아, 혼돈 속의 아름다움 열정과 저항의 예술외젠 들라크루아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로, 감정의 격정과 인간 내면의 고통, 그리고 자유를 향한 열망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이다. 그는 고전주의가 중시하던 질서와 균형, 이성을 거부하고, 개인의 감정과 상상력, 그리고 현실의 혼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대표작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그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자유는 이상적인 개념이 아닌,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현실 속 인물로 형상화했다. 여신의 발치에는 죽은 민중이, 그녀의 손에는 깃발이 들려 있으며, 이는 자유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피로써 쟁취하는 투쟁임을 말한다. 들라크루아는 예술이 정치적 현실과 단절되어선 안 된다고 보았으며, 그의 그림은 말 없는 연설문이자 행동이었다. 동방을 ..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