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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Common Sense)이란? 그 기준은?

by Polymathmind 2025. 7. 4.

상식, 사회적 기준인가?

상식은 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하고, 줄을 설 때는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를 지켜야 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정말로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일까?

전통적으로 상식은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된 윤리와 규범의 묵시적 합의로 작용해 왔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지침인 셈이다. 사회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점은, 우리가 상식을 일종의 사회 질서의 기초로 여긴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상식은 하나의 사회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상식은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가?

그러나 상식은 정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까? 시대와 세대, 문화와 경험에 따라 ‘상식’은 다르게 정의된다. 누군가에게는 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상식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몸을 쉬는 것도 정당한 권리이자 상식으로 여겨진다. 한 세대가 상식이라 믿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는 구시대적 관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처럼 상식은 때로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해석되는 주관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특히 다양한 문화와 생각이 뒤섞이는 현대 사회에서는 상식의 기준이 더 이상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이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푸념이 아니라, 오히려 상식이 다원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결국 상식은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다수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상대적인 기준이다.

상식은 유동하는 경계 – 개인과 사회의 대화

결국 상식은 단순히 사회의 기준도, 개인의 판단도 아닌, 개인과 사회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만들어가는 유동적인 경계이다. 사회는 상식을 통해 개인의 행동을 규범화하려 하고, 개인은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상식을 재해석하고 도전한다.

과거에는 '아이를 때려서라도 바르게 키우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의 인권을 존중하고, 소통과 이해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한 명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되어, 점차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확산되며 상식의 내용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상식은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시대정신, 그리고 구성원의 성찰을 통해 계속해서 다시 쓰여지는 규범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경계에서 각자의 판단과 신념으로 상식을 확장하거나, 때론 낡은 상식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의 진보에 기여하게 된다.

상식은 단지 '누구나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물음이자 응답이다. 상식은 언제나 변한다. 그 변화는 개인의 목소리와 사회의 반응 사이에서 생성되는 동적 균형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할 수 있다. 결국 상식은 기준이면서, 동시에 질문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당연한가?' 이 물음이 바로 인문학이 상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