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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미션-확장,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품어왔다. 별들은 단순한 빛의 점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유한함을 일깨우고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주의 표식이었다. 그리고 이제, NASA의 아르테미스 미션은 단순히 과학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넘어, 인류의 존재론적 질문과 문명사적 의미를 심도 깊게 탐색하는 철학적,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한다. 이는 기술 발전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현대판 오디세이다.경계를 넘어선 확장인간은 본능적으로 경계를 넘어 서려는 존재다. 알프스 산맥을 넘고, 대서양을 횡단하며, 미지의 대륙을 탐험해 온 역사는 바로 이러한 인간 본연의 욕구를 증명한다. 달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가.. 2025. 6. 17.
현대인의 명언 탐닉 - 위안, 함정 그리고 삶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짧고 강력한 문장, 즉 명언에 끌린다. SNS 피드를 장식하고, 책이나 강연의 핵심 메시지로 활용되며, 때로는 삶의 좌우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명언을 읽고 공유하는 것을 넘어, 왜 현대인들이 명언에 집중할까?위안과 간절함, 그 안의 빛정보 과잉과 빠른 변화의 시대, 현대인들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내면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명언은 짧고 응축된 형태로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경험을 건드리며 즉각적인 위안과 공감을 준다. 감정을 쉽게 소비하는 지금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막막할 때, 명언은 우리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책을 읽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우리에겐 압축된 지혜가 효율을 중시하는.. 2025. 6. 14.
알렉산더 폰 훔볼트 - 세상을 넓고 깊게 보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에 독일에서 태어난 아주 특별한 과학자이자 탐험가이다. 당시 사람들은 세상이 여러 조각으로 따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퍼즐 조각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깊이 이해하려는 그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았다. 지식의 경계를 허문 통합적 탐험가훔볼트는 당대의 전형적인 '학자'와는 달랐다. 그는 책상에 앉아 이론을 연구하기보다, 직접 발로 뛰며 자연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의 삶은 쉴 틈 없는 탐험의 연속이었고, 그 중에서도 1799년부터 5년간 이어진 남미 탐험은 인류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 2025. 6. 13.
낭만주의 음악가 - 멘델스존, 균형과 조화, 이데아 계몽주의 유산과 낭만주의 시대의 조화멘델스존의 삶은 19세기 초 유럽 사회의 복잡한 지형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베를린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은 독일 계몽주의의 거목이자 유대인의 해방을 역설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다. 이러한 가문적 배경은 펠릭스에게 합리적인 사고방식, 광범위한 지식 추구, 그리고 탁월한 교양을 선물했다. 그의 집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살롱이었고, 펠릭스는 괴테와 같은 대문호와 교류하며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적 깊이를 자연스레 체득했다. 이는 그의 음악이 단순히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지성과 사색이 어우러진 형태로 나타나게 된 배경이 된다.그러나 멘델스존이 살았던 시대는 더 이상 계몽주의의 엄격한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었.. 2025. 6. 12.
오페라 '아이다' - 사랑과 충성, 제국주의와 죽음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19세기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당대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 특히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비극, 서구 중심 제국주의가 구축한 ‘타자’의 이미지, 그리고 죽음을 통한 구원과 해방이라는 세 가지 주제는 '아이다'를 단순한 오페라 이상의 인문학적 의미를 갖게 한다.사랑과 충성사랑과 충성이라는 두 힘이 한 인간을 얼마나 깊은 내적 분열과 비극으로 몰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아이다는 에디오피아의 공주이지만 전쟁 포로 신분으로 이집트 왕실에 얽매여 있다. 그녀는 자신을 포로로 만든 적국의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 2025. 6. 11.
도시 인문학 9 - 서울, 기억, 속도 그리고 광장 기억과 망각의 도시서울은 기억의 도시일까, 망각의 도시일까. 경복궁과 종묘, 광화문과 덕수궁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 들어선 고층 빌딩과 재개발 구역들은 과거의 결을 끊어낸다.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가 왕궁 앞에 세워졌고, 해방 이후에는 그 건물이 철거되어 과거의 궁이 다시 들어섰다. 이러한 반복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권력의 얼굴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보여준다.도시는 기억을 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종종 과거를 지우는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기억의 회복일까, 새로운 포장의 시작일까. 세운상가 철거 논란, 경희궁터의 아파트 단지 조성 등은 도시가 어떻게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과거를 기.. 2025.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