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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263

인상주의 화가 - 르누아르, 빛을 사랑한 아름다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인상주의의 핵심 인물이지만, 단순히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라는 평가로는 부족하다. 그는 빛을 통해 인간의 온기와 삶의 기쁨을 포착하고자 했던 예술가였고, 그 감각은 인상주의 전체의 정서를 규정할 만큼 강력했다. 그의 초기 인상주의 작품을 보면 색채가 공기 속에서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르누아르가 대상의 정확한 묘사보다 관계의 감각, 순간의 떨림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 그는 현실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느낌’을 그린 화가였다. 그의 작품은 인물을 바라보는 따뜻함이 두드러지고, 인간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화가였다. 아픔 속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움르누아르의 후기 작품을 조금 더 보자면, 한 인간이 몸의 붕괴 속에서 어떻게 세계를 긍.. 2025. 11. 22.
나만의 겨울 나기 - 경계의 음악, MIT 음악 수업 에드워드 사이드 - 경계의 음악'경계의 음악'은 서재에 두고 읽는 책이다. 이 책을 손에 집은 이유는, 오페라 연출가로서 어떤 눈을 가져야 하는가의 고민이 가득해서였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 경계라는 말은 늘 고민하며 선택해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음악. 오페라 연출가로 늘 음악과 무대, 그리고 전통과 현대, 배우와 관객의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도데체 어떤 통찰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이다. 아직 완독을 하지 않았지만 기대한다. 나의 질문에 답이 있기를...책에 들어갈 때, 나의 질문을 정리해보면, 연출가 혹은 무대에서 예술을 하는 모든 음악가들의 경계는 무엇이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음악과 무대, 배우와 관객, 그리고 전통과 현대 등이 있다. 그 경계의 파괴 혹은 균형은 어떻게 선택.. 2025. 11. 21.
나만의 서재 - 나의 지층이 쌓이는 곳, 사유가 머무는 여백 우리는 흔히 서재를 책이 가득 꽂힌 조용한 방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서재를 그렇게만 이해하는 순간, 서재는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공간이 된다. 경제적 여건, 주거 환경, 치열한 삶의 구조 속에서 많은 이들은 ‘자기만의 방’조차 가지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서재란 정말 어떤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일까? 서재를 철학적으로 바라본다면, 답은 분명하다. 서재는 공간의 유무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축적되는 방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물리적 서재를 가진 사람에게 책장은 내면의 지층과 같다. 책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한 개인이 어떤 질문을 던져왔는지 보여주는 내적 지형이다. 그러나 방이 없다고 해서 내면의 지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장을 .. 2025. 11. 20.
후기 낭만 음악가 - 후고 볼프, 침묵과 폭발 사이 우리는 종종 예술가의 삶을 극단의 파동으로 기억한다. 조용한 침묵 뒤에 찾아오는 폭발, 무기력의 계절 뒤에 불시착하듯 도래하는 창작의 시간. 후고 볼프의 생애는 그 극단의 리듬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의 가곡은 짧지만 밀도가 높고, 작지만 세계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 듯하다. 필자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볼프의 가곡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다. 이해하지 못하는 화음과 곡의 구성때문이었다. 담당 지도교수는 나에게 볼프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의 작품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의 정신이 어떻게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어떻게 음악으로 변환되었는지를, 존재의 깊이를 들여다보듯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의지의 폭발볼프의 창작 패턴은 일종의 ‘지진’과 같.. 2025. 11. 19.
도시 인문학 22 - 맨체스터, 산업의 심장, 산업의 실험실 맨체스터는 지도상으로 보자면 영국 북서부의 한 도시일 뿐이지만, 인문학적으로 보면 근대 문명이 최초로 ‘의식’을 가진 장소라 부를 수 있다. 이 도시는 산업혁명과 함께 태어났고, 공장 굴뚝 사이에서 새로운 인간 유형, 새로운 시간의 질서, 새로운 도시의 구조가 탄생했다. 즉 맨체스터는 단순한 산업 도시가 아니라, 인류가 ‘기계와 함께 사는 인간’으로 변신했던 최초의 실험장이었다. 런던, 버밍엄과 더불어 영국의 3대 도시로 불린다. 사실 로마의 군사기지를 시작으로 도시가 형성되며, 중세 이후 직물업이 성하며 면공업이 발전하며 상공업의 중심으로 성장한다. 리버풀과 함께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지금은 금융, 보험 등의 상업도시로 변모한다. 늘 부지런했던 맨체스터는 시 상징물로 벌꿀을 사용한다. 18세기 말, 증기.. 2025. 11. 18.
시작과 끝 - 아홉 해의 끝에서 나를 다시 보다 2017년 6월 어느 날 아침, 전 주의 공연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었다. 갑자기 필자의 선생님께서 전화하셨다. 급하게 여수에 내려올 수 있냐고 말이다. 나는 다음날 아침, 여수로 출발한다. 이 한 걸음이 나를 스스로 준비시킬 줄 몰랐다. 선생님의 부름에 해야만 할 것 같았고, 아니면 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나보다. 이 시작이 GS 칼텍스 예울마루(여수)의 5년 프로젝트 '헬로! 오페라'였다. 예울마루의 기획팀장님께서 야심차게 기획하여 여수 시민들에게 오페라의 저변확대를 꿈꾸셨다. 시작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예산과 홍보의 문제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큰 벽이다. 하지만, 거기서 전환점을 찾아야 했고, 묵묵해야 했다. 1년에 2편의 작품을 제작해야 하니, 그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조연출만 했었.. 2025.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