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263

후기 인상주의 - 반 고흐, 불안정한 천재 “불안정함이 천재를 만든다”는 말은 오랫동안 예술과 철학, 심리학의 경계에서 논의되어온 주제이다. 고흐, 니체, 모차르트, 베토벤, 실비아 플라스처럼 내면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창조를 이룬 인물들이 많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둘을 연결짓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불안정함 자체가 천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될 때 천재성이 드러난다. 고흐의 생애는 한마디로 “불안과 창조의 공존”이었다. 그는 평생 정신적 불안, 외로움,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불안이 그의 예술의 원천이었다. 고흐는 세상을 일반적인 눈으로 보지 못했다. 그에게 하늘은 단순한 푸른 공간이 아니라 감정이 요동치는 생명체였고, 별빛은 단순한 점이 아.. 2025. 11. 15.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 20세기는 인간의 이성이 가장 눈부시게 빛난 시대이자, 동시에 그 이성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앨런 튜링은 그 변곡점에 선 사상가이자 과학자였다. 그는 계산과 논리의 세계에서 인간 정신의 작동 원리를 해명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계산 가능한 수”에 대한 논문에서 ‘튜링 기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것은 명령어와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며 문제를 푸는 추상적 기계였다. 오늘날의 컴퓨터가 바로 이 논리적 구조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튜링의 관심은 단순히 기계적 계산의 자동화에 있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 자체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려 했다. 즉, 인간의 사고가 일정한 규칙과 절차를 따른다면, 그것은 기계적으로 구현될.. 2025. 11. 14.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 의미 있는 결과는 진실한 과정에서 나온다 주말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 궁금했고, 지금은 빠졌다. 예전보도 못한 배구의 인기를 다시 올려주고, 배구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요즘 각 방송사에서는 축구, 야구, 배구 등의 스포츠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출연자들은 각 종목의 은퇴자, 아마추어 그리고 진심인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중심은 '진심'이다. 그들의 인생을 모두 보여줄 수 없지만, 그들을 비춰주는 카메라 앞에서 눈빛과 땀 그리고 눈물은 시청자들을 잠시라도 생각에 잠기게 한다. 특별히 '신인감독, 김연경'은 빠른 전개와 뛰어난 구성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꿈을 목표로 삼아 서로를 기대고 자신을 채찍질 하며 달려가고 있다. 감독으로 참여한 김연경 .. 2025. 11. 13.
오페라 '마농 레스코' - 인간 욕망과 사회, 그리고 사랑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는 베르디의 후계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들 중 그의 작품이 꽤 많다. '라보엠' , '토스카' , '나비부인' , '투란도트' , '잔니스키키' 등 우리가 흔히 들어 본 음악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가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작품이 오늘 소개할 '마농 레스코'이다. 가톨릭 신부 '아베 프레보'의 원작으로 초연의 대성공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음악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많은 청중들은 베르디에 이어지는 그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는 총 4막과 간주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약 2시간 공연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 2025. 11. 12.
AI 시대의 사유과 교육 - 생각하는 인간, 과정의 소중함 오늘날의 교육은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학생들은 더 이상 도서관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고, 몇 초 만에 완성된 문장을 받아본다. 이 과정에서 학습의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사유의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는 학생이 직접 쓴 글과 인공지능이 만든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교수는 ‘지식의 평가자’가 아니라 ‘출처의 감별자’가 되어버린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는 생각의 주체가 약화되는 조용한 위기가 숨어 있다.그러나 모든 변화가 반드시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사고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사고를 촉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핵심은 “어떻게 배우는가”에 달려 있다.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지식과의 대화, 정보의 비판적 해석이 교육의 .. 2025. 11. 11.
우리가 잃어버린 것 14 - 희생 필자의 글에 달린 댓글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 영화 '마션'의 에세이에 달린 댓글이었다. 한 사람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보여주는 영화여서 조금 불편했다고 한다. 희생을 해야하는 정당성을 설명해줬더라면 편했을 것이라 했다. 일단 정당성이 설명되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하나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 같다.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겠더라. 희생은 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가장 숭고한 행위로 여겨져 왔다. 고대의 제사에서부터 종교적 구원, 전쟁의 영웅 서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와 신에게 헌신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희생은 점차 ‘비합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익과 효율이 삶의 척도가 된 사회에서, 희생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손해로.. 2025.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