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263 영화 '그래비티' - 우주의 무중력, 삶의 중력 2013년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새로운 우주 영화를 선보인다.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7개 부문 수상하며 사이언스 픽션 영화로는 최초로 가장 많은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한 작품이 된다. 허블 망원경의 수리 임무에 투입이 되어 겪는 우주 재난 영화로 등장인물이 적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장면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바타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사상 최고의 우주 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픽션 영화이기에 옥의 티도 있다. 허블 망원경과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톈궁까지의 거리는 멀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궤도도 달라 만나기 어렵단다. 또 우주선 내의 여주인공의 머리가 늘 단정한 것도 무중력을 설명.. 2025. 11. 7. 자연과 시간을 보다 - 클로드 모네, 인상파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클로드 모네는 어린 시절 노르망디 르아브르에서 화가 외젠 부댕을 만나 그림을 배운다. 네덜란드의 풍경화가 요한 바르톨로 용킨트를 알게되면서 공기 중의 빛을 포착해내는 기법을 배우며 그림의 방향을 잡았다. 그는 일본 풍속화인 '우키요에'에 관심을 가졌고 그 문화에 잔뜩 빠졌다. 집안과 정원을 일본풍으로 꾸밀 정도였으니 말이다.모네의 그림을 마주할 때, 우리는 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순간을 본다. 그 순간은 고정되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흘러가며, 햇빛이 바뀌는 찰나의 시간 속에서 모네는 세계를 붙잡는다. 그러나 그가 포착하려 한 것은 단순히 자연의 외형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 즉 ‘본다는 것’ 자체를 그리려 했다. 뚜렷한 선으로 그리는 것이.. 2025. 11. 6. 확신을 의심한 과학자 -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1918년 뉴욕에서 태어난 '파인만'은 10대 부터 물리학과 기계에 재능을 보였다. 동네에서 라디오 고치는 소년으로 이름을 날렸고, 자신의 집에 강도 경보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15세 때는 스스로 고안한 수학 기호들을 사용하여 함수, 대수, 기하학등을 풀어냈다고 한다. MIT에서 수학을 입학했지만, 전기 공학을 거쳐 물리학으로 졸업하고, 24세에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 후,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계획)에 합류하여 연구한다. 이후, 코넬 대학교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재직한다.리처드 파인만은 20세기 과학을 상징하는 이름이지만,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물리학의 공식이 아니라 '의심하는 태도'였다. 그는 “과학은 확신이 아니라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곤 .. 2025. 11. 5. 도시 인문학 21 - 카이로, 하늘과 인간 사이의 도시 나일강의 푸른 흐름과 사막의 황금빛 모래가 맞닿은 곳, 그 경계 위에 카이로가 있다. 이 도시는 인간이 하늘을 향해 세운 기념비이자, 문명과 신앙, 지식이 서로 얽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온 거대한 시간의 건축물이다. 카이로를 걸을 때, 우리는 동시에 수천 년의 시간을 걷는다. 파라오의 무덤과 이슬람의 미나렛, 콜로니얼 건축과 현대의 혼잡한 거리까지, 모든 것이 이 도시에 겹쳐 있다. 북아프리카의 수도라는 별명을 지닌 카이로는 아랍 연맹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다. 요즘 두바이에 밀려난 듯 보이지만 그 위상은 여전하다. 이집트를 떠올리면 '피라미드'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13km 떨어진 '기자'에 '대 피라미드'가 있다. 나일강을 따라 약 1,500km 가 넘는 지역.. 2025. 11. 4. 후기 낭만 음악가 - 라흐마니노프, 상실과 구원 몰락으로부터 태어난 음악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생은 상실로 시작한다. 귀족의 풍요 속에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가세가 기울고 가족은 흩어졌다.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피아노를 붙잡았다. 그때부터 음악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는 언어가 되었다.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불리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첫 교향곡의 실패는 그의 내면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비평가들은 “지옥의 학생 작품 같다”고 혹평했고, 그는 몇 년 동안 작곡을 멈췄다. 절망의 끝에서 그는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의 치료를 받으며,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이 곡은 절망의 심연에서 피어난 인간의 회복에 대한 찬가이자, 그 자신을 구원한 음악이었다. .. 2025. 11. 2. 우리가 잃어버린 것 13 - 리더와 팔로워 우리는 지금 리더와 팔로워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방향이 없고, 팔로워는 넘쳐나지만 책임이 없다. 겉으로는 수많은 리더십 담론이 넘쳐나지만, 정작 ‘누구를 따라야 할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리더나 팔로워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를 지탱하던 신뢰와 공명일 것이다.과거의 리더십은 권위와 신뢰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리더는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했고, 팔로워는 그 권위를 신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권위만 남고 신뢰는 사라졌다. 정보가 넘치고, 모든 사람이 ‘판단의 주체’가 된 시대에, 리더의 말은 더 이상 진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리더의.. 2025. 11. 1. 이전 1 ··· 3 4 5 6 7 8 9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