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Contact
1997년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를 원작으로 한 SF 영화가 개봉한다.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는 어린 시절, 단파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모르는 상대와의 교신을 기다린다. 그녀는 절대적 진리는 과학을 통해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며 천체물리학자로 성장한다. 그녀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SETI)를 성공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SETI는 우주의 신호를 잡아 외계 생명체를 증명하는 프로젝트이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 주변에서 재능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하며 프로젝트를 중단하라 압박한다. 그러던 중 엘리는 베가성으로부터 신호를 잡아낸다. 전 세계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가 해독을 해낸 신호는 1963년 베를린 올림픽의 히틀러 개막 선언이었다. 이 신호 해독은 외계인과의 최초 접촉으로 인정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이후 새로운 신호를 잡으며 6만 3천 장에 달하는 정보를 해독한다. 그 정보는 외계인의 초청장이었다. 행성 간 워프 게이트 설계도면이었다. 하지만 워프 게이트의 폭발 테러로 1차 여행이 불발된다. 이 연구를 끝까지 지원했던 해든 인더스트리에서는 여분으로 워프 게이트를 만들었기에, 1차 여행자로 탈락한 엘리가 2차 여행자로 탑승하게 된다. 웜홀을 통해 외계 행성에 도착한 엘리는 그곳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한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 다시 돌아와서 자신의 경험을 증명하지 못해 사람들은 사기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정부가 그녀의 여행의 18시간 분량의 기록을 숨긴다는 사실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과학적 고증
칼 세이건의 원작인 만큼, 과학적 고증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SETI 프로젝트는 실제로 존재하는 프로젝트로 전파 천문학을 이용한 외계 문명의 신호를 찾는 것과 촬영지는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VLA로 실제 천문학 관측과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다. SETI 프로젝트는 칼 세이건이 미국행성학회를 설립하며 시작되었다. 나중에는 NASA에서 주도하지만, 세금 낭비라는 이유로 미국 의회에서 중단 시킨다. 현재는 민간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 단체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영화에서 베가성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베가성은 지구에서 26광년 떨어진 가까운 항성이다. 신호를 잡을 수 있고, 복잡한 설계도 신호라면 거리가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베가성 주위에서 외계 행성이나 생명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소수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뜻은 자연적인 신호가 아니라, 지적 존재의 개입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외계 생명체가 신호를 보낸다면 소수, 피보나치 수열 등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칼 세이건의 원작에서는 원주율을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엘리는 '신이 존재한다면 어딘가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남겨놓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원주율을 11진수로 풀면 소수점에서 까마득하게 먼 자리에 0과 1로만 쓰인 정사각형 안에 1이 그리는 원형 패턴이 나타난다. 칼 세이건은 책에서 이것을 신의 존재 증거로 말한다.
인터스텔라보다 한참 전에 개봉된 영화지만, 여기서도 웜홀을 이용해 시공간을 이동하는 설정으로 되있다. 이것은 아인슈타인-로젠 브릿지 개념으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까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웜홀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난 구멍으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콘택트가 개봉할 당시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연결이 웜홀이라고 추측했으나, 스티븐 호킹의 화이트홀 부정이론으로 화이트홀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함으로 인식된다.
신앙 vs 과학 vs 진실
영화는 단순한 SF 영화를 넘어 우리에게 깊은 생각을 갖게하는 이유는 신앙과 과학의 대립이다. 엘리는 과학적 증거를 중요시하고 실험과 증명을 통해 절대적 진리를 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이 되는 신학자 파머는 모든 것이 증명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을 증명하지 못하는 엘리는 신앙과 과학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신앙과 과학은 원래 한줄기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자 증명하려고 과학이 시작된다. 과학으로 증명되는 것은 얼마나 될까? 과학으로 증명이 되었지만 그 시작은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신앙은 무엇인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최면일까? 아니면 그저 믿는 것일까? 과연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엘리는 웜홀을 통과하여 외계생명체를 만났으나 증거가 없었다. 녹화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는 먹통이었고, 통신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순간 '증거 없이 믿을 수 있는가?'의 직면한다. 엘리는 자신이 부정했던 믿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신앙과 과학의 경계를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우주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신앙과 과학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진실은 무엇인가,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같다.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 믿는다면 합리적이고 오류를 줄일 수 있겠지만 범위가 매우 좁아질 것이다. 반대로 질문한다면 미신과 거짓 그리고 편견으로 가득 찰 것이다. 영화에서 엘리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였지만 증명할 수 없어도 진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과학은 합리적이지만 그것이 모든 진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직도 신을 증명하려면 한참 멀었다.
콘택트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과학적 고증과 철학적 주제가 결합된 작품이다. 당시 과학자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SETI 연구를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성공한다. 원작자인 칼 세이건은 이 영화가 개봉되는 걸 보지 못하고 사망한다. 원래는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이 예정되었으나 무산된다. 그는 보이저 프로젝트를 통해 천문학을 쉽고 편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TV에 출연해 지구와 달 그리고 우주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근하며 천문학의 벽을 낮춘다. 그의 대표저서인 COSMOS가 이때 탄생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인터스텔라를 제작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그는 아직도 굳게 믿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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