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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On the Map-과학이 바꾼 인간의 위치, 나는 어디 있는가?

by Polymathmind 2025. 3. 8.

과학이 바꾼 인간의 위치

인간은 직접 땅과 바다를 탐험하면서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들이 밟은 땅은 후대에 지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지도는 인간의 탐험 본능과 도전의식을 드러내는 긍정적인 면과 인간의 탐욕의 본능과 사회의 부조리도 담아내기도 한다. 이제는 종이 지도가 아닌 화면에 나타나는 나의 위치를 확인하여 목적지를 가는 길을 안내한다. 심지어 소요시간까지 계산하여 더 빠른 길로, 시간이 넉넉한 당신을 위해 볼거리 위주의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지도는 맛집, 관광지, 이제는 스타들의 동선을 파악해 주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지도의 다양성과 정확성은 지구의 대기권 위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덕분이다.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시작된다. 미국도 합세하며 현재 우리가 쓰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개발 시작하고 1993년 24개의 위성으로 전 지구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금은 편리하게 쓰이는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지도들은 모두 군사용이었다. 그 후, 러시아의 GLONASS, 유럽연합의 GALILEO, 중국의 BEIDOU, 인도의 IRNSS, 일본의 QZSS 등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제는 군사용보다 상업용 GPS는 놀라운 수준이 된다. 우리가 어디로 움직이고자 방향만 바꿔도 자동으로 지도의 방향을 바꾼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나를 찾을 수 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태양계를 돌아다녀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스페이스 X의 우주선은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이 기술은 우주항법과 양자기술로 확장되는 중이다. NASA는 달 탐사를 위한 LunaNet을 개발 중이고, 유럽도 화성 탐사용 GNSS를 연구하고 있다. 양자항법을 이용하여 위성 없이도 정확한 위치를 찾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우리의 공간과 인식을 변화시킨다. 과거에는 길을 찾으려면 땅을 익히고 하늘의 별자리를 익혀야 했다. 지금은 거북목이 되도록 작은 화면을 보기위해 고개를 숙인다. 이젠 장소의 개념이 좌표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기술이 없다면 길을 찾을 수 없게 된다. 필자도 매일 가는 학교 가는 길을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내비게이션을 보며 따라간다.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경계와 통제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우리가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사실은 더 많이 감시받고 있다. 과거에 전쟁에 악랄하게 사용되던 지도처럼 GPS가 무기화가 된다면? 두려운 일이다. 

내비게이션

나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GPS로 계산된 지도를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하며, 공간을 데이터로 변환하며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편해지고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우리가 이 과학기술을 통해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늘 가던 길도 주변을 살피며 머리 속으로 지도를 그리며 그 공간을 걸어 다녔다. 건물의 색, 모습,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의 북적임까지 우리의 공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금은 더 정확해지고 주변의 맛집, 관공서, ATM, 내가 예전에 들렀던 곳까지 수많은 데이터들이 함께 표시된다. 나는 어디 있는가? 지도와 데이터의 결합으로 내가 서있는 장소를 정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이 지도에서 우리를 단순히 좌표값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한 공간으로 인식해야 하는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삶의 위치, 삶의 방향으로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지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너무 편리한 것은 우리의 도전과 탐험을 잃어버리게 한다. 심지어 길을 잃는 것도 여행의 일부였다. 지금은 길을 잃을 염려도, 길을 외울 필요도 없다. 작은 기기 안에 그어진 초록색 혹은 핑크색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뛰어놀던 골목길과 처음 여행했던 도시, 힘들 때 혼자 앉아서 울었던 공원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지도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 지도에는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좌표로 계산된 점이 있을 뿐이다. 집에서 회사,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어색하거나 길을 잃을 수 있다.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니 모두 같은 길을 가게 된다. 여행을 갈 때도 늘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가 직접 알아보고 탐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데이터가 추천하는 곳을 가면, 늘 북적북적 인다. 내가 어디 있는지의 인식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곳, 속한 공동체, 그리고 만남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찾아야 하며, 그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 의 질문으로 도달한다. 

가끔은 손 안에 작은 기기들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보자. 잠깐이라도 벗어나보면 이 방향이 맞는지, 내가 걸어온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혹시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은 있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나만의 지도가 완성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