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대한민국에 사는 이 순간이 역사상 가장 우울한 시간이 아닐까?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가고, 눈을 크게 뜨며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유명인들은 더 이상 삶의 힘을 찾지 못해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영혼을 버린다. 잠시 돌아보면 그래도,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긴 한데... 꾸역꾸역 버티는데... 언제까지일지...
희망
희망은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는 것'이다. 희망은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니,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쇼펜하우어는 희망을 일종의 환상으로 본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한다. 그것을 이루어도 결핍이 생겨 다시 원한다. 즉 만족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희망은 결국 또 다른 고통을 만들어낼 뿐이라 본다. 그와 반대로 에른스트 블로흐는 희망은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동이라고 한다. 둘의 말이 모두 맞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희망은 고통도 되고, 전진의 힘이 되기도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깨닫는 순간,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절망을 인식하는 순간, 전환점을 도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희망과 두려움을 같은 본질로 본다. 불확실성에서 긍정은 희망으로 부정은 두려움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둘의 말도 역시 맞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전환점을 돌 것인지, 긍정과 부정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니체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희망은 강자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니체는 신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희망을 가지려면 결국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희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방향의 문제다.
믿음
대한민국은 무엇을 믿고 있을까? 국가적 가치나 이념일까?
우리는 경제적 성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가난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GDP를 이루어낸다. 노력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믿는다. 하지만, 요즘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 개천에서 용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금융대위기를 집단주의를 통해 이겨낸다. 국가 발전을 위한 희생은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그 가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진정한 리더들은 부재하며 나라를 위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민주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다수의 의견을 선택하지만 분명히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늘 전쟁처럼 살아왔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이 편안할 때가 있었나 싶다. 그러고 보니 좋았던 적이 없다.
Back to the WHERE? Forward to the WHERE?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미래로 나아가야 할까?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우선 국민이 변해야 한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무관심과 무지에서 벗어나야 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갈고닦아야 한다. 우리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념이 신념이 되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신념이 되면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적이 아니다. 생각이 다를 뿐, 그것을 서로 설득하고 조율하며 판단해야하며 공정하게 벌을 줘야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무섭게 싸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성공한다.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니 빠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앗아갔다. 가장 큰 문제는 멀리 못 보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남의 공격을 피한 공간을 마련해 두지 못했다. 회복하는 능력 또한 미처 기르지 못한다.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세계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성인의 약 6.7%가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한다.
선천적으로 점잖고 올바르며 당당하고 깨끗했으며, 서로를 배려함이 몸에 배어있던 우리였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만 우리는 아직 사회적으로는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어느 방향으로 그리고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의 질문을 할 때이다. 속도와 규모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행복과 가치 그리고 안전을 위한 방향으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바보처럼 큰 변화의 희망을 버리자. 작은 곳부터 작은 것부터 시작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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