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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보마르셰 피가로 3부작

by Polymathmind 2025. 3. 15.

피에르 오귀스탱 카롱 드 보마르셰

보마르셰는 18세기 프랑스 극작가, 시계 제작자, 사업가, 외교관, 출판가, 음악가, 무기 상인, 혁명가 등으로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원래 시계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았다. 독창적인 시계태엽 장치(이스케이프먼트-톱니바퀴의 속도를 일정하게 해주는 기구)를 개발하며 왕에게 귀족 작위를 받는다. 그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부를 축적했고 후에는 정치와 외교 활동에도 깊이 개입하며 프랑스 정부의 비밀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무기와 군수품을 미국에 공급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귀족 사회의 비판과 조롱의 내용을 담은 '피가로의 결혼'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계몽의 배경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마르셰

보마르셰 피가로 3부작

피가로 3부작은 당시의 왕정, 귀족 사회의 신분제도의 붕괴를 상상했다. 그리고 현실을 반영하며 프랑스의 과도기적 시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1부 작품인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귀족보다 영리한 하인 피가로가 등장하여 귀족의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모습이 묘사되고, 2부 작품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피가로와 그의 피앙세 수잔나의 반격으로 귀족은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3부 작품인 '죄지은 어머니'에서는 프랑스혁명의 정당성의 질문과 현실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누구도 말할 수 없던 관습의 폐해를 작품을 통해 시원하고 통쾌하게 그려낸 희극이지만, 당시의 암울했던 현실과 모순 그리고 혼란으로 끝나면서 시대의 변화를 담았다. 

필자는 3부작 중 '세빌리아의 이발사' , '피가로의 결혼'는 오페라 관점에서, 마지막 편인 '죄지은 어머니'는 대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작곡가 로시니가 1816년에 오페라로 작곡하면서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오페라로 공연된다. 로시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벨칸토 낭만주의를 꽃피운 작곡가이다. 그는 수많은 오페라와 칸타타 그리고 기악곡을 남긴다. 

보마르셰의 원작은 4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오페라는 2막으로 구성된다. 로시니는 이 오페라를 3주 만에 완성하며 자신있었다. 초연의 제목은 백작의 이름인 '쓸데없는 경계심'이라는 제목으로 로마에서 올려지지만 대 실패한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에서 대 성공을 거두게 된다. 

등장인물은 만물박사 피가로와 젊은 귀족 알마비바 백작 그리고 로지나, 로지나의 후견인 바르톨로와 음악선생인 바질리오가 등장한다. 내용은 구글링 하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원작에서는 피가로는 이미 알마비바 백작과 인연이 있었고, 세빌리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의 능력을 알고, 이미 여러 군데 직장을 알선해 주며 그를 도왔다. 피가로는 독립적이었으며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는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귀족보다 더 지혜로운 인물로 시민 계층의 지혜가 프랑스혁명의 씨앗이 됨을 나타낸 것이다. 알마비바 백작은 다른 도시에서 로지나를 보고 사랑에 빠져서 그녀를 찾으러 스페인을 뒤지고 다니다 세빌리아에 그녀가 사는 것을 확인하며 도착한다. 당시 백작의 신분에서 서민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매우 보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신분의 벽을 허무는 과정을 코믹하게 표현한다. 19세기의 여성들은 매우 제한적인 교육과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서민 여성들은 대학 진학은 어려웠으며 직업은 공장, 가정부, 하녀 등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법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재산을 가질 수 있었으며 나폴레옹 법전에는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프랑스혁명을 전후로 여성들은 변화를 원했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정받으려 싸우고 있었다. 작품의 로지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후견인에게 막혀 답답한 생활을 하다가 피가로와 알마비바 백작을 만나면서 후견인 바르톨로의 집에서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것은 기존의 사회의 틀 안에서 주체적으로 벗어나려는 여성의 능력을 보여준다. 바르톨로는 돈과 지위로 딸 같은 로지나를 아내로 맞이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피가로의 전략에 계획이 무산된다. 귀족들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그들만의 해결 방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의 주된 내용은 당시의 계몽주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된다. 계급주의가 아닌 합리주의는 각자가 태어날 때 가진 또는 경험과 교육으로 인한 능력을 중시한다. 루소와 볼테르는 귀족과 성직자들의 특권을 비판하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작품에서 피가로가 백작에게 아이디어를 줄테니 돈을 달라는 장면은 귀족들이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여성들의 인권운동 또한 계몽주의 사상이었다.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는 여성 참정권-투표권 운동이 시작되고 1848년 미국 세네카폴스 선언에서 여성의 평등권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요구된다. 나라별로 다르긴 하지만, 결국 20세기 들어와서 여성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진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이처럼 예술은 오락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도구가 되며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모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표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런 철학이 없이 예술이니 괜찮다. 표현의 자유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건 선동에 그치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발생의 이유와 변화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인간의 이해가 분명하게 들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