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넷플릭스(OTT)에서 워너 브라더스(영화사)를 매입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물론 최종 확정은 아니며, 주주 승인과 규제 당국의 심사가 남았다. 거래 가치는 827억 달러로 평가되며 거대한 거래로 기대가 된다. 영화계는 OTT의 영향을 이미 받고 있는 상황이며 영화 관계자들은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OTT 플랫폼이 일상화된 지금, 영화 산업은 더 이상 극장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관객은 집에서 고해상도 화면과 적정 수준의 음향으로 대부분의 영화를 소비하고, 이는 영화의 제작 방식부터 배급, 소비까지 모든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오페라 연출가로서 이런 질문을 하게된다. 영화관을 가지 않는 관객들이 공연예술을 보러 극장으로 올까?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변화가 공연예술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지만,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영화의 전환- 진행중
넷플릭스와 같은 OTT 기업이 대형 영화 스튜디오를 인수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더 이상 ‘영화 산업’이 전통적인 할리우드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현장에서 배우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도, 무대의 공기를 느끼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 본질은 스토리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기술적 매체이고, 이 매체는 충분히 집에서 재현 가능하다.
OTT의 알고리즘 중심 제작 방식은 영화의 구조를 바꾼다. 관객의 취향이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영화는 데이터 기반 기획을 통해 생산된다. 콘텐츠가 플랫폼 안에서 무한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극장은 하나의 ‘프리미엄 체험 공간’으로 축소되고, 대부분의 소비는 집으로 옮겨간다. 영화가 본래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체험’의 성격은 점차 사라지고, ‘개인화된 경험’으로 전환된다.
오페라의 역설
그러나 오페라는 다르다. OTT 시대가 오히려 오페라 스스로의 본질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왜냐하면 오페라가 제공하는 핵심 경험은 기술적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숨결, 성악가의 공명,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육체적 에너지의 교환, 공연장이라는 장소가 가진 공간적 울림. 이러한 요소들은 카메라로 “기록”할 수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 관객은 단순히 이야기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육체와 소리의 충돌을 체험하러 온다.
OTT가 가져온 편리함은 일시적으로 관객 일부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동시에 공연장의 가치를 오히려 더 희소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극장에서 실제 음향을 경험하는 순간, 관객은 자신이 집에서 소비하던 화면 속 세계와 ‘질적으로 다른 층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출가의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예술적 우월성의 문제가 아니라, 오페라라는 장르가 생존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될것이다. 물론 관객이 적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야 하지만 말이다.
관객의 양극화와 새로운 확장
OTT 시대는 공연예술에도 분명한 변화를 가져온다. 관객은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충성도 높은 관객층과, 온라인 스트리밍 오페라를 소비하는 새로운 관객층이다. 연출가는 더 이상 한 관객군만 생각할 수 없다. 공연장의 경험은 더욱 고급화되어야하고, 온라인 콘텐츠는 교육적·입문적 기능을 수행하며 오페라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페라 산업은 줄어드는 대신 분화된다. 대규모 레퍼토리 극장은 본연의 웅장함을 강화하고, 소극장형의 실험 오페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힌다. 온라인 중계, 리허설 메이킹 영상, 디지털 프리미어 등은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고, 공연장은 그 관객이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목적지가 된다.
공연예술의 과제
OTT 시대의 오페라(공연예술)는 더 복잡한 환경을 상대해야 한다. 공연장은 여전히 예술의 중심이지만, 그 예술의 생태계는 더 이상 극장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연예술은 공연장의 물리적 한계 안에서 완성된 무대를 만드는 동시에, 이 작품이 디지털로 확장될 때의 언어와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장 중심 무대의 깊이와 카메라 화면을 고려한 시각적 구성, 온라인 관객을 위한 해설 콘텐츠 그리고 장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확장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영화는 대체되고, 오페라는 확장된다
영화와 오페라는 OTT 시대에 같은 출발점에서 서로 다른 운명을 맞는다. 영화는 플랫폼화되며 극장의 일부 기능을 잃고, 오페라는 기술과 결합하며 오히려 자신만의 가치를 강화한다. 영화는 집으로 들어가지만, 오페라는 집과 극장을 모두 품는다.
연출가의 시각에서 이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다.
“무대의 본질은 무엇인가?”
“현장 예술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이 물음에 답해가는 과정이 바로 오페라 연출가가 시대와 함께 나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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