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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티치아노 - 우르비노의 비너스, 수많은 경계선, 창조의 영감

by Polymathmind 2025. 1. 4.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다. 당시의 5개의 권력의 하나였던 베네치아 공화국 출신이다. 그의 그림들은 분명한 색채를 보여주었으며 생의 마지막에는 바로크적 특성을 보이며 시대적 변화의 경계에 있었다. 

그의 그림 중 '우르비노의 비너스' 그림을 보자. 좌우, 상하의 명확한 경계가 보인다. 그림의 정면을 기준으로 좌는 침실 안쪽의 벽을, 우는 침실 바깥쪽을 보여준다. 또한 그림의 위쪽은 바깥쪽, 아래쪽은 침실 안쪽으로 분리되어 있다. 티치아노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뚜렷하게 나눠놓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좌우로 분리되어 있는 화면 오른쪽 상단에 두 여인이 뭔가 꺼내는 모습 혹은 넣는 모습이 있다. 빨간 치마를 입은 여인의 어깨에 옷이 걸쳐져 있는 걸 봐서는 옷 정리를 하는 듯하다. 옷을 왜 정리하는 걸까?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검은 반지가 보인다. 이것은 과부의 반지다. 그렇다. 이 여인은 장례를 치른 후, 혹은 치르기 전의 상태일 수 있다. 

그녀의 귀에는 진주 귀고리가 있는데, 그것은 삶의 허무 Vanitas 를 상징한다. 오른손에는 장미다발이 있다. 이 장미 때문에 작품의 이름이 비너스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너스의 손에 장미가 들려 있기 때문이다. 장미의 의미는 삶의 환희이다. 하지만 장미다발 아래엔 떨어져 나간 장미가 있다. 이것은 삶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여인의 은밀한 부분을 보자. 여인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푸티카' 자세인데, 이것은 비너스가 자신의 정절을 지키려던 방어적 행동이다. 나신으로 우리를 유혹하면서도, 자신의 정절을 지키겠단 경계를 보여준다. 

수많은 경계선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우리에게 수많은 경계선을 그어놓았다. 나체로 요염하게 누워있는 여인의 공간과 뒤쪽의 공간, 에로틱한 표정을 짓는 얼굴에 삶의 허무를 상징하는 진주 귀고리, 풍만한 가슴 옆에 삶의 환희를 뜻하는 장미다발과 떨어진 장미꽃, 나체로 누워있지만 과부의 반지를 낀 손으로 정절을 지키려고 한 자세, 가장 잘 보이는 상하좌우의 공간의 경계는 위태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안정스러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라는 답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 경계에 위태하게 서있으라는 걸까? 질문이다. 티치아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끝없이 놓여있는 경계선에서 어느 편으로 넘어갈까의 쉬운 답보다는 그 경계에서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을 성찰하여 인간의 본질과 더 높고 깊은 신의 뜻을 찾는 것이다. 인간을 탐구하는 것은 경계선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과거와 미래, 욕망과 순결 말이다.

'당신은 경계에서 내려와 있는가? 경계 위에 서 있는가?'

창조의 영감

우리의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아니 상상력을 펼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편향이다. 생각만으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면 생각은 바로 꺼진다. 생각을 하는 힘이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력'은 힘 력이다. 상상도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근육도 사용해야 생기고 근력이 생기듯 상상도 의도적으로 해야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경계에 서 있다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고, 창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수많은 경계선 사이에서, 중요한 의미를 깨닫고 파악하고 숨어있는 창조의 영감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계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가? 어디가 맞는지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잠시만 잠잠하라. 그리고 우선 나의 탁월함을 보라. 다음엔 나의 방향을 보고 마지막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뇌하라. 그런 후에 다시 경계선을 보라. 그러면 땅이 아니라 하늘이 보일 것이다. 하늘에서 위로와 용기를 내려 줄 것이며 우리는 그것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와 동시에 창조의 영감이 떠올라 현실로 끄집어낼 것이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자신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