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
2015년 공개된 미국 SF 영화로,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다. 리들리 스콧은 시각적 스타일과 철학적 질문을 결합하는 연출로 유명하다. 비주얼의 정교함과 인간성과 생존과 운명에 대한 질문을 그의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은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세밀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에일리언' , '블레이드 러너' 등이 있다. 역사와 철학적 배경으로 의미와 개인의 역할에 대한 강조가 된 작품은 '글래디에이터' , '킹덤 오브 헤븐' , ' 나폴레옹' 등이 있다. 역시 역사물에서도 미장센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연출한다. 그리고 '마션'에서는 생존과 운명의 탐구에 몰두한다. 화성 탐사 도중 사고로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불리한 조건에서 식량을 재배하고 지구와의 교신을 시도하며 외로운 싸움을 한다. 지구의 NASA는 그를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시킨다. 다시 돌아온 그의 생존기를 바탕으로 우주인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혼잡한 곳을 벗어나 넓은 공원에 앉아서 마지막 대사를 읊는다.
'어느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될 거야. 모든 게 망가지고, 넌 이렇게 생각하게 될 거야. 이제 끝이구나. 그때 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어. 받아들이고 포기하느냐, 아니면 시작하느냐야.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또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게 충분히 많은 문제를 해결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인간 생존과 기술
화성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의 과학적인 신념이 충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과학 지식을 창의적 해결방법을 통해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적응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혹 그가 지식만 충만한 과학자였다면 아마 살아남기 어렵지 않았을까?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조각을 하나로 모으고 그것이 작동되게 하는 능력이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사르트르나 카뮈의 실존주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만 그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그의 생존을 확인 한 NASA에서도 온 힘을 다해 협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화성에 혼자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그가 화성의 흙으로 감자를 재배하고 화성 대기를 이용해 물을 만드는 과정은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화성 토양에는 유기물이 없다. 그래서 마크 와트니는 자신의 배설물을 이용한다. 화성 대기로 물을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와트니가 사용한 방법은 폭발의 위험이 크다. 2020년 화성에 착륙한 '로버'는 화성의 대기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며 안전하게 물을 확보하는 가능성을 높였다. 생존이라는 인간의 본능(의지)과 과학적 사고가 결합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단순한 우주 생존기가 아니라 화성이라는 극한의 환경은 인간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개척지며 그것을 맞이해야하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강인함은 인간의 의지와 과학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보여준다. 수많은 문제가 닥쳐오지만 인간은 결국엔 모두 해결할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유머
화성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마트는 우울하지 않았다. 농담을 던지며 상황을 가볍게 만든다. 그 농담은 긴장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생존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의지와 상황을 비극적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모습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닮았다. 시지프는 끝없이 바위를 굴려야 하는 운명이지만 시지프는 '또 올라가네? 또 내려가네? 이거 웃기지 않아?'라며 스스로 웃음을 선택한다. 아마 시지프는 바위와 친구가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고단한 상황을 바꾸는 힘은 유머만큼 훌륭한 것이 없으며,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유머를 가졌다해도 그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상황과도 닮았다. 회사, 학업, 인간관계에서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하지만 유머가 있기에 견딜 수 있다. 마크는 유머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마크를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한다.
지금 끝에 서있는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반응인 '유머'를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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