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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희곡 '죄 지은 어머니'-보마르셰 3부작, 시대상, 가족

by Polymathmind 2025. 3. 31.

희곡 '죄지은 어머니'

피가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 이후의 이야기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젊었을 때 벌어진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갈등이 시작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순수한 사랑을 시작했던 백작과 로지나는 피가로와 수잔나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백작의 무관심과 외도는 로지나를 힘들게 한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힘들어하는 로지나의 감정이 충분히 드러난다. 이때 로지나를 사모하는 젊은 청년 케루비노가 등장한다. 그는 백작부인과 수잔나에게 추파를 던진다. 하지만 백작에게 발각되어 포탄이 떨어지는 군대로 보내진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이 장면이 재미있게 짧게 그려졌다. 작은 비중의 케루비노의 역할이 왜 들어갔을까는 '죄지은 어머니'를 보면 이해된다. 케루비노와 플랑슈의 동일인물 가능성은 높지만 보마르셰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명확히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황상 플랑슈가 케루비노일 가능성이 있다. 플랑슈가 젊은 장교로 설정된 것은 케루비노가 백작으로인해 군대로 발령이 된 것과 '피가로의 결혼'과 '죄지은 어머니'의 시간 차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장교로 성장했을 시간이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백작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개명을 했을 것이고, 계속 백작 부인과의 만남을 이어왔을 것이다. '죄지은 어머니'에서는 플랑슈는 등장하지 않고 언급만 되는 것은 이미 사라진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죄 지은 어머니'에서 로지나는 백작의 외도와 무관심에 플랑슈라는 젊은 장교와 사랑하며 '레옹'이라는 아들을 낳는다. 로지나와 백작 사이에는 친딸 플라비가 있었다. 레옹과 플라비가 사랑에 빠지게 되며 이복남매의 막장 드라마가 시작된다. 결국은 피가로와 수잔나의 도움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며 모두가 서로를 용서라며 막을 내리게 된다. 

죄지은 어머니 이미지

시대상

프랑스 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때에 발표한 이 희곡은 전작들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전작들보다 사뭇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이라 오페라로서 매력이 약간 떨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유명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가로 3부작을 완성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시대적으로 봉건제의 폐지로 귀족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시민들의 권리가 높아졌으며 그동안의 귀족들의 위선과 도덕적 타락이 드러나는 시기 었다. 기세등등했던 백작은 이 작품에서는 쇠락한 귀족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부인 로지나의 불륜을 알면서도 전처럼 화를 못 내는 상황이다. 로지나도 젊을 때 저지를 죄의 값을 잔인하게 받아야 하는 운명으로 그려진다. 전작들은 희곡이었지만 이 작품은 비극적이다. 이 모습은 귀족의 몰락은 새로운 가치를 강조하게 되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개인적 도덕성과 감정을 중시하며 정직과 가족에 대한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보마르셰의 3부작은 모두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도덕적,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계몽하는 작품이다. 그와 동시에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며 계급 간의 갈등을 풍자를 넘어선 가치를 보여준다. 

가족

프랑스 혁명 전의 가족은 귀족적 및 가부장제 중심의 질서에 유지되었다. 귀족들은 서로 사랑 없이 정략결혼이 일반적이었다. 여성은 가문 간의 동맹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명예와 재산 그리고 땅의 유지 수단이었다. 남성의 외도는 어느 정도 용인되었고 여성의 불륜은 엄격히 금지된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이 수잔나를 유혹하는 모습은 당시 귀족 사회에서 흔한 일이었고, 성안의 여자들이 결혼을 할 경우 첫날밤을 성주와 보내야 하는 초야권이 실제 존재 했다. 프랑스혁명 후에는 정치, 사회적 체제가 변화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개념과 도덕적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랑 중심의 결혼을 하며 서로 상호 존중에 기반한 가족 간의 결합이 중요시되기 시작한다. 백작이 로지나의 불륜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는 이유도 가부장적인 권위도 약해지는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한다. 실제도 법률적으로 사생아와 적자의  차별을 줄이는 법도 생겼다. 새로운 도덕적 가치관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과거의 실수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지금의 우리의 가족관의 초석이 된다. 사랑을 중시하는 결혼관의 확립과 가족간의 평등한 관계 그리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받는 것, 그리고 가족의 결합은 수단이 아닌 정서적 유대로 확립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뭘까? 단순한 혈연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의 뜻으로 연결된 공동체? 지금의 가족 개념은 예전 보다 더 다양해졌다. 입양, 다문화, 비혼, 동거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즉 가족과 사회는 연결되어 있다. 가족 개념의 변화는 인간관계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윤리와 책임 개념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더 유연하게, 그리고 더 인간적인 관계를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