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비제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비제는 성악 교사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탁월하여 10세 때 파리음악원에 들어가 피아노와 오르간 그리고 작곡을 배운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작곡상인 '로마 대상'을 수상하며 로마로 유학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오페라 작곡에 주력한다. 그는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작곡을 시작으로 '로마의 추억' , 연극을 위한 '아를의 여인' 등 작곡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그리고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을 바탕으로 오페라 '카르멘'을 작곡한다. 하지만 초연은 혹평을 받아다. 그 후 3개월 만에 그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계적인 대성공을 보지 못한 채 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오페라 '카르멘'은 당시 프랑스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우아하고 고상한 이야기를 예상했던 관객들은 과감하고 도덕적 파괴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 충격이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 하나가 된다.
비제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쉽게 들리는 멜로디가 인상적인다. 이국적인 색깔이 가득 담아있다. 오케스트라는 매우 역동성 있게 작곡하고 특히 관악을 활용하여 강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후에 사실주의 오페라(베리스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특히 오페라 '카르멘'의 음악은 대중음악, 영화, 광고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오페라 '카르멘'
장소는 스페인의 세비야(세빌리아)다.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 여인 '카르멘'과 그녀를 사랑하는 병사 '돈 호세'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운명적인 두 주인공의 만남을 시작으로 카르멘에게 헌신을 다하는 돈 호세의 사랑은 매번 어긋난다. 카르멘은 돈 호세의 적극적인 모습이 부담스럽다. 돈 호세는 그녀에게 사랑을 구걸하게 되고, 카르멘은 그의 사랑을 거절한다. 그거던 중 새로운 등장인물 '에스카미요'가 등장하며 유명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른다. 이때 카르멘은 타로 점에서 나온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 마지막으로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사랑을 구걸하지만, 카르멘은 또다시 거절한다. 분노한 돈 호세는 칼로 카르멘을 죽인다. 카르멘의 비명소리는 투우 경기장의 환호 소리에 묻히며 막을 내린다.
왜 비제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작곡했을까? 이것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세기는 제국주의가 고개를 들었던 때다. 타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유럽에 팽배했다. 스페인은 프랑스와 근접한 나라지만, 이국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이 있었다. 원작 소설인 '카르멘'에서도 스페인의 색채를 강렬하게 강조했다. 배경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스페인의 색채가 듬뿍 들어있다. 카르멘의 첫 번째 아리아 '하바네라'는 쿠바에서 유래한 춤곡이자 스페인에서 유행한 춤곡이다. 그리고 세기디야(플라멩코)와 볼레로를 사용하여 작곡하여 강렬함을 더 한다. 투우사의 노래에서는 실제 투우 장면을 묘사하는 셈여림들과 리듬은 투우장의 긴장감을 그대로 살려낸다. 사실 비제는 스페인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프랑스 사람이 작곡한 스페인 음악에 대한 평가가 나눠진다. 완벽한 스페인 음악이 아니라며 비판을 받기도 하고, 스페인을 온 적이 없는 사람이 스페인 정신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에 칭찬을 하기도 한다. 오히려 완벽한 스페인 음악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잘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스페인의 이미지는 카르멘 이후에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투우사의 노래'가 스페인의 대표 음악이라 한단다.
'카르멘'의 의미
사랑에 미친 남자의 잔인한 살인 이야기로 봤다면 초연 당시의 프랑스 관객들의 관점이다. 운명, 자유, 욕망, 죽음이라는 인간의 본능이 모두 담겨있는 보물상자다.
카르멘은 첫 아리아 '하바네라'에서 운명을 거스르는 자유를 말한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대로 사랑하려한다라며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규정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이며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도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세 장의 타로 카드에서 죽음을 예견되며 그것을 받아들인다. 니체의 운명애(Amor Fati)의 개념과 연결할 수 있다.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다. 그녀의 자유가 운명에 갇힌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선택한 길이 그녀의 운명을 이끈 것일까?
돈 호세는 평범한 병사였다. 카르멘을 사랑하면서 그는 변해간다. 자신의 직업마저 버리고 끝내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자로 변한다. 돈 호세가 카르멘에게 꽃을 주며 노래를 부를 때, 이렇게 말한다.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널 가질 수 없다. 쇼펜하우어는 욕망과 의지는 결국 인간을 고통 속으로 빠뜨린다한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을 받고, 충족되면 허무함을 느낀다. 과연 그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카르멘을 여성상으로 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시 파리 관객들의 반응으로 본다면 카르멘을 부인이나 며느리로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지만 그녀를 팜므파탈(위험한 여성)로 부르며 배척당하며 죽음이 필연이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이야기가 아닌, 자유와 사회적 규범 사이의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 존재일까? 운명과 사회적 규범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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