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영국 솔즈베리 평원에 거대한 돌들이 수천 년 간 원형을 이루고 서 있다. 폭 6미터, 깊이 1.4미터 도랑에 둘러싸인 원형 광장의 형태로 원의 지름은 약 98미터이다. 돌들의 무게는 40~50톤으로 돌 위에 얹은 문의 형태(삼중석)가 특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누구도 확실한 목적과 세운 방법을 모르고 있다. 솔즈베리 평원에서 찾을 수 없는 이 돌들은 30km~25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왜?, 누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스톤헨지의 목적에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다. 첫번째는 천문 관측설이다. 하지와 동지에 뜨는 태양이 특정 돌 사이로 뜨도록 정렬이 돼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종교의식을 하던 곳이라는 설이다. 유골과 동물의 뼈가 발견되며 고대 켈트족의 성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치유 장소설이다. 스톤헨지를 구성하는 돌 중에 블루스톤이 있는데 치료 효과가 있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계인 관련 설이다. 기원전 2000년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는 이것을 세울 기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계 기술이라는 설도 있다. 최근에는 스톤헨지 주변에 거대한 지하 구조물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여러 가설들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미스터리 한 장소로 선택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미스터리가 풀릴 수도 있지만 여전히 스톤헨지의 궁금증은 남아있다. 스톤헨지는 과거의 과학이고, 지금의 과학은 또 다른 형태의 스톤헨지가 될 것이다.
남김과 질문
인간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대성당 등 거대한 구조물들은 자신의 삶과 문명을 후대에 전하고 싶어 했던 결과물이다. 그것은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보자면 스톤헨지도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만을 염두해 두고 만들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의 우리는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쓰지만, 그것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그들은 존재의 의미를 남기고 우리는 그 의미를 찾는 것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왜? 어떻게? 누가? 라는 질문을 던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알 수 없는 것 앞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통해 불완전한 세계를 넘어 더 높은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고 했고, 칸트는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지만 그 너머의 무언가를 알 수 없다 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존재를 질문하는 존재로 규정하며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을 본질로 둔 존재임을 말한다.
그렇다면 스톤헨지의 미스터리를 꼭 풀어야 할까? 남겨두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스톤헨지는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며 인간의 교만함과 거만함을 거두라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과학의 발달은 신의 영역을 넘기 시작했고, 인간이란 존재를 분자와 원자로 해석하며 더 나은 인간을 창조하려고 한다. 물론 과학도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발전한다. 과학도 그 질문을 통해 후대에 무언가를 남기는 중이기도 하다. 자연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거울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들은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단지 우리는 남겨진 미스터리를 통해 '질문할 용기'와 '겸허함'을 배워야 한다. 스톤헨지는 인간에게 그것을 남긴다. 흔적을 남기려는 본성과 그 의미를 찾는 질문들이 그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도전은 인간의 본성이다. 스톤헨지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거울이다.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인간 그리고 자연 마지막으로 우주를 다 알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계속 질문을 해야 하며 질문을 통해 무엇인가 남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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