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도시 아테네
서양 문명의 요람이라 불리는 아테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걸어 다니며 토론하고 가르쳤던 곳이다. 민주주의가 태동했으며 연극과 조각들이 꽃피운 창조의 공간이었다. 도시는 정치, 문화, 종교,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이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아테네의 신성함을 나타낸다.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서 거대한 신전들이 그곳에 있다. 이는 아테네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도시의 중심에는 아고라 광장이 있어 정치, 경제, 철학의 토론이 이루어졌고, 시장과 공공건물이 모여 북적였다. 그 옆에는 최초의 극장 중 하나인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어 연극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들의 오락에도 한몫을 담당한다. 한쪽에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이 있다. 그곳은 교육 기관으로 플라톤은 철학과 수학을 가르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과 논리를 가르쳤다. 이런 유기적인 구조는 공동체와 토론을 중요시하는 아테네의 성격을 볼 수 있다. 물론 당시에 여자와 노예는 참여할 수 없었으나, 권력자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초기 형태로 자리 잡았다. 시민들까지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술과 체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신체와 정신의 균형도 활발했다. 올림픽은 당시의 주변의 모든 도시국가들의 참여로 전쟁도 멈추는 역할을 한다. 아테네의 위치는 지중해를 끼고 있어 다양한 문화들이 교류하는 곳이었다. 이로 인해 열린 장소가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공간
이처럼 공간은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개념은 환경결정론으로 말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공간의 구조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와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을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라 하며 인간이 공간을 해석하고 활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공간에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이라고 본 것이다. 요즘도 집 거실에 TV를 없애고 책장을 놓는 것도 이런 개념이 적용된다. 아고라 광장처럼 물리적으로 열린 공간에서는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스탠퍼드대)도 있다.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선두 그룹들은 자리를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쉴 공간을 마련하고 꽉 막힌 책상을 치우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아테네의 구조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이 수월했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자극하여 예술과 체육을 발전시켰다. 이런 공간에서는 천재들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으로 봐도 된다.
아테네가 남긴 공간 철학
물리적인 열린 공간이 꼭 넓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넓이가 본질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본질이다. 아고라는 넓은 공터가 아니라 공간을 얼마나 개방하고 무엇에 사용하는가의 이야기다. 예를 들면 18~19세기 프랑스에서는 카페나 살롱에서도 철학자, 예술가, 정치가들이 모여 토론을 하기도 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이야기 할 수 있게 사용된다면 그곳이 아고라가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온라인 공간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 어떤 아고라 광장보다 더 넓고 접근성이 좋으며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어떤 대화가 흐르느냐의 문제이다.
아테네의 도시 설계는 기하학적 질서와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신전들은 황금비율로 설계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그 균형은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과 창의성을 선물로 준다. 그것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하고 돌아가서 다시 사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그저 암기하는 지식보다는 토론과 사유를 통한 지혜를 중요시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조각난 지식을 어떻게 융합하느냐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문적인 지식과 전문 직업이 중요시되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아테네가 극장을 지은 이유는 사회적 문제와 인간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장소였다. 즉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거나 부유한 자들의 놀이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철학과 메시지를 듣는 성찰의 도구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그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테네는 물리적 장소가 아닌 인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천재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당신이 있는 곳은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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