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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바로크 이후 예술-로코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신고전주의

by Polymathmind 2025. 4. 10.

로코코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의 시대는 바로크의 절정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국가 권력의 최고점을 찍은 예술 작품이었다. 하지만 루이 14세 죽은 후에는 권력은 왕에게서 시민으로 넘어간다. 그 사이에 귀족들은 짧은 행복의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로코코가 탄생한 배경이다. 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귀족은 신과 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며 사랑, 유희, 일상, 자연과 같은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주제들을 즐긴다. 무거웠던 시간이 지나며 가벼운 쾌락으로 옮겨간 것이다. 섬세하고 곡선적인 아름다움과 파스텔 톤의 따뜻한 색채 그리고 실내 장식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작품들로 변한다. 하지만 민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로코코 시대는 프랑스혁명으로 짧게 마치게 된다. 

프랑스혁명의 기조였던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 합리적 사고, 도덕적 판단을 외친다. '생각하라! 그리고 진리를 탐구하라!라는 시대의 목소리는 그들의 눈을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로 다시 돌리게 한다.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의 발굴로 고대 유물과 예술작품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눈을 돌리니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도덕적 순수성과 공화정의 이상을 깨닫게 되면서, 고대의 위엄과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에 나폴레옹 마저 이것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그라스'에서 태어난 프라고나르는 로코코 미술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그는 어린 나이에 로마 대상을 받으며 로마 유학의 기회를 얻고 미술가로 주목을 받는다. 그는 550여 점의 작품을 남기는데,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 주제는 사랑, 유희, 감각, 장난스러움이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외설 장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가볍지만 섬세하고 파스텔 톤의 색채는 한 편의 꿈처럼 보이기도 한다. 쾌락적이고 외설적인 장면 때문에 한 동안 미술계에서는 그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미술 수집가들 사이에서 그의 그림이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재조명된다. 이와 동시에 모더니즘의 감각적인 감성이 그의 그림 대담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시대를 초월한 감각의 마술사로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그네

그의 대표작은 '그네' 이다. 프랑스의 어느 정원, 햇살은 부드럽고, 나뭇잎은 살랑인다. 그곳에 한 소녀가 그네를 타고 있다.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웃고 있고, 그녀의 옷은 한 없이 펄럭인다. 그리고 그녀의 구두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다. 그네 밑 수풀에는 한 남자가 누워있고 그네를 타는 소녀를 보는 것 같지만, 그녀의 펄럭이는 치마 속을 올려보고 있다. 얼굴은 감탄을 넘어 흥분하고 있고, 왼손의 모자를 꽉 쥐고 있다. 소녀의 그네를 미는 사람도 보이는데, 어두운 그늘 밑에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혹자들은 남편이나 무능한 후원자로 해석한다. 당시 귀족들은 정략결혼을 했는데, 늙은 귀족들은 젊고 어린 소녀들을 신붓감으로 데려오는 일이 많았다. 즉 아름다운 소녀는 그네를 태워달라고 했고, 무능한 남편은 소녀의 그네를 밀어준다. 사실 수풀에 숨은 젊은 청년에게 자신의 치마 속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왼쪽 위의 동상은 쉿! 하면서 비밀스러운 이 장면을 눈 감아주고 있다. 

정돈되지 않은 복잡한 정원은 은밀함을 암시하여 눈 앞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것 같은 자유로운 쾌락을 보여준다. 빛은 여인의 피부와 드레스에 시선을 머물게 하고, '그네'의 흔들림은 불안감 혹은 불확실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 그림은 사랑의 위태로움과 쾌락을 동시에 그려낸 로코코의 정수이다. 

신고전주의

고대 폼페이 유적의 발굴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이상'을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다. 낡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회복해야 할 미래였다. 질서, 절제, 정의, 공화정이 다시 부활한다. 혼란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선택들을 다시 질문한다. 로코코가 감정을 부르럽게 흘려보냈다면, 신고전주의는 감정을 조율하고, 목적을 부여한다. 로코코는 공중에, 신고전주의는 땅 위에 있다. 로코코는 꿈을 꾸었고, 신고전주의는 깨어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네 위인가? 아니면 땅 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