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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더 멀리 떠나는 여행 - 보이저 1호 (Voyager 1)

by Polymathmind 2025. 1. 8.

보이저 1호가 출발한다

보이저 1호는 인류가 만든 가장 먼 거리까지 여행한, 여행하고 있는 탐사선이다. NASA가 1977년 9월 5일 발사한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넘어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에 진입한 최초의 우주선으로 기록되었으며, 현재도 지구와 교신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원래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목성과 토성뿐만 아니라 그들의 위성과 고리 그리고 자기장을 관찰하며 귀중한 데이터를 전송한다. 지구에서 240억 km 떨어진 태양계 밖을 여행 중인데 24년 10월 문제가 발생한다. 47년 전 발사된 뒤 줄곧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 손상 위험이 있어 부품 보호를 위해 내부 히터를 작동하라는 NASA의 명령에 갑자기 비상모드로 전환되어 신호가 끊긴 것이다. NASA는 43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송신기를 작동시켜 다시 교신을 하기도 한다.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을 지나면서 목성의 대적점(Great Red Spot)과 대기의 복작한 구조를 상세히 관찰하고 위성인 이오(Io)에서 활발한 화산 활동을 발견한다. 목성 대적점은 1655년 조반니 카시니가 발견한 후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점의 크기 변화가 있어서 점이 아니라 고기압성 폭풍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1980년 토성을 지날 때는 토성의 고리 구조와 조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성인 타이탄(Titan)의 대기에 메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는 40억 년 전에 생명이 처음 탄생할 때의 지구 대기와 비슷하다. 타이탄의 표면에 액체 메탄이 풍부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타이탄에는 일반적인 물은 아니지만 액체 메탄 바다가 존재하는 것이다. 

보이저 1호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로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냈다. 금도금 구리 디스크로 인류의 소리, 음악, 그림, 그리고 55개의 언어로 된 메시지를 담았다. 혹시 모를 우주의 지적 생명체와 소통을 위함이었다. 이 계획은 말이 많았다. 외계생명체에게 지구의 위치를 알려 줄 이유가 있는가? 공격을 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외계생명체가 이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저 우주적 관점에서 보편적인 메시지라는 것에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음악은 그들이 이해할까? 그럴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고 관찰하고 탐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인간의 한계와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그렇다. 외계생명체들이 우리를 찾지 못하는 것과 우리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우리의 한계이지만 우리가 이 넓은 우주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간절함을 동시에 전달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 메시지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우리의 존재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이 프로젝트의 화상 담당자였던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의 방향을 바꿔 지구를 찍도록 했다. 그 사진이 바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은 이 점을 찍고 싶었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우주에서 지구의 존재는 매우 작은 점으로 보인다. 우리의 긴 역사가 바로 저 점 안에서 흐르고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에 우리는 그 점에서 탄생하고 죽는다. 그리고 저 작은 점은 우리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다. 아직 비슷한 곳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은 저 점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 작은 점에서 우리는 서로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이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주 속에 인간은 절대 교만할 수 없다.

보이저1호는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유물이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없지만 보이저 1호는 우주의 시작점으로 시공간을 여행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땅에 묻는 타임캡슐이 아니라 우주 멀리 여행 보낸 시간캡슐이다. 

케플러는 미래의 우주 천문학을 이렇게 예언한다.

 "천상의 바람을 잘 탈 수 있는 돛단배들이 날아다니고 우주의 광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탐험가들로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