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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군주론 - 위기의 해답은 '책임'이다

by Polymathmind 2025. 1. 2.

진정한 군주는 어떤 사람이여야 하는가?

비참한 땅에서 피를 흘리는 
아아, 비굴한 이탈리아여,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선원이 없는 배여
- 단 테 -

시인 단테는 14세기의 이탈리아를 이렇게 노래한다. 당시 이탈리아는 교황령, 나폴리 왕국, 밀라노 왕국, 베네치아 왕국, 피렌체 왕국 이렇게 5개의 세력으로 나뉜다. 신성로마(독일)제국, 스페인과 프랑스는 이탈리아를 두고 계승권을 주장하는 지저분한 시기였다. 마치 과거 대한민국과 흡사하다.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때가 '르네상스'가 꽃피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정치의 안정화와 권력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예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 피렌체가 있었다. 다시 권력을 잡은 메디치 Medici 가문은 고리대금을 했다. 고약한 이자 놀이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줬다. 영리했던 메디치 가문은 인문 아카데미를 만들어 예술가와 철학가, 역사가 등을 후원한다. 지금까지도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은 고마움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좋은 선택을 했다.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이 추방당했을 당시 피렌체는 외교관이였던 마키아벨리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기회를 보고 있었던 메디치가 프랑스를 등에 업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오며서 마키아벨리는 추방당한다. 

마키아벨리, 다시 피렌체로 돌아오다

마키아벨리는 오랜 시간을 시골에서 보내면서 책 한권을 쓴다. 그것이 바로 '군주론' Il Principe 이다. 책 서문에는 '메디치 가문에 바친다' 라고 적고 피렌체로 돌아온다.

마키아벨리 초상화

군주론은 역사적인 군주들을 열거하며 이상적인 군주를 찾는 책이다. 그들의 업적과 실수를 나열하여 선택의 중요함과 투철한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잔인함과 여우같은 속임수가 필수라고 한다. 이러한 부분때문에 사람들은 '군주론'을 잔인한 군주를 만드는 설명서라고 하기도 한다.  체사레 보르사를 영웅으로 칭찬하고 있으니 말이다.

군주론 표지

심지어 역사적인 군주나 영웅들을 나열하다가 신화의 영웅들까지 나열한다. 그는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은 이 지구상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자신인 마키아벨리만이 진정한 군주를 만들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읽어보면 이 책의 진짜 목적은 피렌체에서 다시 정치를 하고 싶은 마키아벨리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도덕정치말고
잔인하지만 현실정치가 
어떻게 나라를 이끄는지 보라고!!
제발 
이 책을 읽어줘."

'군주론'을 다른 관점으로 보자

나는 이 책을 두 가지 관점으로 보라고 권한다.

첫째, 위기의 해답은 '책임'이다.
이탈리아의 위기는 욕먹을 자신 없는 군주들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책임 있는 군주라면  욕을 먹을지언정 현실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위기의 답은 군주의 선택이고 그 선택은 바로 '책임'이라는 것이다. 
나만이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 마키아벨리의 '간절함'이다.
방대한 역사를 찾아내고 정리하고 자신의 말로 풀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추방당한 전 정권의 고위 공무원이 새로운 정권(메디치 가문)에 프로포즈 하는 것이 쉬운 일이였을까? 그리고 그 책을 들고 그들의 커다란 대문 앞에 섰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물론 '군주론'이 메디치 가문에 전달되지는 않았다.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좌절 되었을 때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 글자, 한 페이지에 그의 '간절함'이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그 간절함을 보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단순히 잔인하고 무서운 군주를 만들어내는 설명서라는 오해를 받고 지낸 세월이 길다. 무서운 기세로 써 내려간 것은 맞지만,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현실을 보는 통찰력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어쩌면 자신의 위기를 책임감이라는 간절함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갔던 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역사는 늘 반복되고 그 역사의 잔인함은 기록되며, 그걸 감당하는 것은 늘 시민이였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마치 한 세기 전,
단테가 추방당해서 쓴
'신곡'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