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천문학의 아버지 요하네스 케플러
케플러가 수학적 우주론의 주창자였다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그가 음악적 우주론의 신봉자였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근대 천문학의 기초를 놓은 위대한 과학자가 우주적 음악에 대한 신비적인 믿음을 신봉했다니 조금 의아하다. 근대 과학은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철저한 경험적 지식을 토대를 두어야 하지만 케플러는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자연의 신비에 대한 음악적 해명에 토대를 두었으니 말이다.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신비주의를 증명해내기 위한 노력들이 근대 과학으로 이끈 건 아닌가 싶다.
케플러는 음악 이론을 사용하여 수학적 우주론을 충분히 자세히 전개하였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에 대해 배웠을 때 깊이 매료되었다. 화성학을 통해 지동설을 주장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음악적 우주론을 그대로 채용하여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을 증명하려고 했다.
케플러의 연구
케플러의 첫 번째 우주론적 저술인 "우주의 신비"에서 행성 천구의 크기를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가 고민했고 이것에 대해서 기하학적인 해답을 찾았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을 순서대로 배열하여 태양 주위를 돌게 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모형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안에 있는 음악적(수학적) 질서를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이 때 케플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발견을 한다. 기하학을 가르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원 안에 내접하는 삼각형, 그 안에 내접하는 원의 그림이다. 삼각형과 원의 비율을 확장시키고 입체화 시키면 우주의 수학적 질서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케플러에게 자연 세계는 신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기하학자인 창조주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신은 기하학자이고 자연에 수학적 질서를 부여했으며 인간은 신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수학적 용어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신의 지혜를 담았으므로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까지 낸다. 우주론에 집중했지만 음악 이론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져갔다. 그가 출판한 "우주의 조화"에서 우주와 음악 이론과의 관계성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드디어 찾아내다
케플러는 행성들의 주기에서 다양한 음악적 비율을 찾고자 했다. 실패를 거듭한다. 그 때, 행성들의 속도의 극값에서 원하던 음악적 비율을 찾는다. 행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했을 때의 속력, 즉 최고 속력과 행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졌을 때의 속력 즉, 최저 속력의 비를 따지고 이웃하는 행성 간의 두 속력의 비를 따진다. 완벽하게 일치된다고 할 수 없지만 태양과 토성의 기준으로 본다면 근사하게 5:4 로 장3도의 비에 해당한다. 목성은 6:5로 단3도, 화성은 3:2로 완전5도, 지구는 16:15로 반음, 수성은 12:5로 한 옥타브 단3도에 해당한다.이런 식으로 행성이 근일점과 원일점에서 갖는 속력을 사용해서 음계를 구축한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심포니는 한 번은 창조의 순간에 일어났을 것이고, 마지막 심판의 날 에 한 번 더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대 과학, 그 중에서 천문학의 토대를 닦은 케플러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과학자 겸 점성술사였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1630년 그의 책들이 금서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로마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신실하게 따르는 자들이 케플러의 천상의 심포니를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특히 1633년 갈릴레오가 태양 중심설을 주장하다 유죄판결을 받은 후에 더욱 그랬다. 세월이 흘러 그의 연구와 법칙들이 인정 받게 되면서 후대 천문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가 미래 천문학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긴다. "천상의 바람을 잘 탈 수 있는 돛단배들이 날아다니고 우주의 광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탐험가들로 가득할 것이다" -케플러
천문학의 대중화에 힘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마음에 드는 환상보다 냉혹한 현실의 진리를 선택한 최초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최후의 과학적 점성술사이다"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학-다시 돌아가자, 르네상스 (4) | 2025.01.03 |
---|---|
과학과 음악 시리즈 3 - 아이작 뉴턴 일생과 과학관 (0) | 2025.01.03 |
과학과 음악 시리즈 1 - 피타고라스 (0) | 2025.01.02 |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천재 - 레오나르도 다 빈치 (0) | 2025.01.02 |
군주론 - 위기의 해답은 '책임'이다 (0)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