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와 음악
인간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음악의 기원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언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이전에 인간은 어떤 소리를 입으로 내서 의사소통했을 것이고 그것이 음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이전의 기록에는 짧은 인용만 볼 수 있다. 악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음악은 인간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는 있었다. 추측하건데 당시는 즉석 연주가 대부분이었고, 연극의 코러스 같은 역할이여서 노래보다는 읇는 형식이였을 것이다. 결혼식, 장례식 등 단체 행사에 단일 곡조로 불렸고, 악기가 반주하곤 했다.
기원전 5세기 후반부터 하르모니아 harmonia 스타일이 나타나면서 음계가 등장한다. 이 때, 자연을 과학으로 바라보자는 사상가들이 출현한다. 그중에 피타고라스 Pythagoras 가 있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연(세상)을 보려는 독특한 시도를 한다. 자연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자연에 녹아 있는 수학적 질서를 찾고자 했다.
즉 피타고라스는 자연을 보기 위해 수학을 했다. 그와 동시에 철학, 음악, 우주론 등을 섭렵하여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필로소포스 philosophos' 를 스스로 칭하기도 했다. (필로소포스-철학자라는 말의 기원)
자연의 수학적 질서를 나타내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음악의 근본의 수학적 관계를 하르모니아 harmonia 이고 여기서 화성학의 기초를 찾아냈다. 같은 종류의 두 줄을 1:1, 1:2, 1:3, 2:3. 3:4 비율로 나오는 소리는 협화음이 나고, 이 보다 큰 수의 비율을 이룰 때, 불협화음이 나는 것을 발견한다. 이러한 발견은 서양음악사의 중요한 의미가 되고 서양음계의 시초가 되었다.
그는 우주에서도 수학적 질서, 즉 음악적 질서를 찾아낸다. 단순히 수와 음악과 우주의 일관성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동일시했다. 음악이 수였고 우주가 음악이였다. 들리는 음악, 인간의 영과 육의 음악 그리고 우주의 음악으로 구분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인간의 영과 육의 음악과 일치하면 정신적, 육체적 질병 회복이 가능하고, 그 일치는 우주와의 조화에도 작동이 된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음악
음악이 우주를 관통하는 힘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음악이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졌다.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 Apollon은 태양의 신이자 의술과 음악의 신이었다. 그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 Asclephios는 의학과 치료의 신으로 음악으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졌다. 아스클레피오스의 하인 중에 오르페우스 Orpheus 는 음악으로 하늘을 멈출 수 있었고, 숲의 동물들을 울게 하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이 얼마나 음악을 높이 평가했는지 잘 드러낸다.
철학자와 음악가들도 음악의 능력에 대해 평가한 것을 보면, 그리스의 음악가인 테르판드로스 Terpandros 와 아리온 Arion은 노래로 사람들을 치유했다고 전해오며 히소메니오스 Hisomenios는 노래의 힘으로 통풍을 낫게 했다고 한다.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음악의 능력에 힘을 실어줬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음악은 천상계와 지상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원리로서 우주의 운행을 지배하는 수학적 질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즉 음악을 단순히 예술적 차원에서 여흥이나 행사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활동 뿐만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원리를 파악하는 지적 활동으로 이해했다. 그 이후 17세기 근대 과학이 출현하여 우주 질서에 대한 새로운 관념이 수립되기 전까지 자연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기초로 그 기능을 했다.
피타고라스는 일반적으로 수학을 답을 풀기 위한 공식으로 바라본게 아니라, 자연(세상)과 인간 그리고 우주를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 수학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의 목적이 성적을 위함도 아니요, 대학입시를 위함도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인간을 이해하는 답이고, 우주를 알아가는 탐험 도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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