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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23 - 길 위의 도시,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는 일반적인 도시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제2의 도시인 이곳은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초원 사이, 실크로드라는 길 위에서 태어난 이 도시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문명들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곳은 특정 민족이나 왕조의 단독적 산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과 정착, 정복과 교류가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위다. 그래서 사마르칸트는 ‘정체성이 없는 정체성’을 가진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그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자들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역사 속에서 사마르칸트는 항상 문명들의 교차로였다. 기원전 수세기부터 소그드인,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아랍인 등 다양한 문화가 이곳을 지나고,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건축과 예술, 언어 속에 살아 있다. 이 도시의 광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 2025. 11. 29.
과학과 철학을 넘나든 물리학자 - 에르빈 슈뢰딩거 대한민국에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국회의원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몇 달전에도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모 국회의원이 '양자역학'을 공부했다는 말이었다. 어느 국회의원이고 어느 당소속인지 상관없이 참 고마웠다. '양자역학' 검색이 될 것 아닌가? 과학의 관심이 잠시나마 높아졌기를 기대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에르빈 슈뢰딩거는 이론물리학자이며 바로 '양자역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1933년 폴 디렉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양자역학에서 여러 가지 근본적인 결과들을 개발한다. 특히 슈뢰딩거 방정식은 양자역학의 근본적 기초가 되어 현대의 반도체, 레이저, 양자컴퓨터까지 모든 이론의 기초가 된다. 이런 이론은 철학적인 접근까지 가며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론이 탄생한다. .. 2025. 11. 28.
예능 '불꽃 야구' -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 지난주,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 막을 내렸다. 예능으로 뭉쳤던 팀은 생존하게 되며, 시즌 2의 가능성을 안겨주며 마무리했다. 감독 김연경은 감독을 처음하면서도 경기를 읽는 능력과 선수들을 이끄는 탁월함을 보여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필자도 배구의 지식이 없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배구의 매력을 크게 느꼈다. 시즌 2의 확정이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다시 '원더독스'를 볼 날을 기대해본다. 최근 탈 많았던 예능이 하나있다. 바로 '불꽃 야구'다. 모 방송사와 함께 시작하며 큰 인기를 모았지만 여러 구설수에 서로 이별한다. 이 예능은 대한민국 야구팬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이별 후에도 자체제작을 선언하며 모 방송사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은퇴를 했거나 독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그리고 .. 2025. 11. 27.
영화 '마이너티 리포트' - 미래 기술과 인간 선택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개봉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 범죄 영화가 아니다. 미래 사회의 기술적 상상, 인간의 자유 의지, 윤리적 선택, 그리고 감시 사회라는 현대적 문제를 동시에 탐구한다. 영화 속 핵심 장치인 '프리크라임 시스템' 은 범죄예측 프로그램이다. 범죄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예측해 범인을 체포하는 기술로, 범죄율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낮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성, 윤리, 자유의지가 근본적으로 질문받는다.영화에서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중심에는 '프리코그'라 불리는 초능력자가 있다. 그들은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주인공 앤더튼을 비롯한 경찰은 이를 근거로 범죄자를 체포한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안에 존재.. 2025. 11. 26.
오페라 '나부코' - 욕망, 민족 그리고 신앙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는 단순한 성서 기반 역사극을 넘어, 인간의 심리, 권력 구조, 종교적 가치, 민족적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다. 특히 여성 인물 아비가일레와 나부코의 관계, 히브리 민족의 포로 생활, 그리고 권력과 구원의 문제는 서로 얽히며 오페라를 철학적·사회적 사고의 장으로 만든다.버려진 존재와 권력 욕망아비가일레는 극 중에서 가장 강렬한 여성 인물이다. 그녀는 나부코의 딸이지만,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태어난 사실을 알면서 성장한다. 사랑과 인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권력만을 추구하게 된다. 아비가일레의 권력욕은 단순한 악행이 아니다. 그녀의 심리는 ‘버림받은 존재가 사회적·정치적 권력을 통해 자기 존재를.. 2025. 11. 25.
우리가 잃어버린 것 15 - 희망, 판도라의 상자 고대 그리스의 판도라 신화는 대개 외부에서 인간에게 닥친 비극의 기원담으로 읽혀왔다. 상자를 연 판도라의 호기심 때문에 무수한 재앙이 세상으로 퍼졌다는 구조는, 인간의 고통을 설명하는 하나의 신화적 장치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 단순한 신의 벌이나 여성에 대한 경고로 보기보다 훨씬 깊고 내면적인 의미가 드러난다. 판도라의 상자를 ‘인간이라는 존재의 마음’으로 재해석할 때, 희망이 왜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는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우리가 흔히 “상자를 열었다”고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하나의 물리적 용기(사실은 항아리다)다. 하지만 이를 인간의 내면에 비유하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상자 속에 존재하던 모든 재앙들(질투, 불안, 고통, 두려움, 악의)이란 결국..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