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59

로베르트 슈만 - 낭만주의의 내면을 걷다 문학과 음악의 융합, 예술의 경계를 넘다로베르트 슈만은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이자, 동시에 문학과 철학을 사랑한 예술 사상가였다. 그는 젊은 시절 법학을 공부하였으나 문학에 더욱 깊은 애정을 품었고, 시인 노발리스와 장 파울의 작품에 영향을 받으며 문학적 감성을 키워나갔다. 이러한 정서적 토양은 그의 음악 전반에 녹아들었다. 그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은 하이네의 시에 멜로디를 입혀, 시의 내면을 더욱 깊게 확장시킨다. 단순한 반주 이상의 역할을 하는 피아노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목소리처럼 시적 이미지를 형상화한다.뿐만 아니라, '카니발(Carnaval)'이나 '어린이 정경(Kinderszenen)'과 같은 피아노곡들은 슈만의 상상력과 서사적 구성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2025. 7. 18.
루이 파스퇴르 -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 산업의 문제에서 철학의 질문으로19세기 중엽, 프랑스의 와인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수출된 와인이 상하고, 맥주가 썩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가적 산업 손실로 이어졌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에게 조사가 의뢰되었다. 그는 기존의 화학 반응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패의 원인을 추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곧 미생물에 주목하게 된다. 그 출발점은 실용적인 문제 해결이었지만, 파스퇴르의 질문은 점차 더 깊어졌다. “이 생명체는 어디서 오는가?”, “살아 있는 것은 어떻게 생겨나는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물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당대 과학계와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자연발생설을 실험으로 반박하며, 생명은 결코 무질서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 2025. 7. 17.
영화 '조커'(2019)- 한 인간의 몰락과 사회의 거울 존재의 이유를 묻는 철학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된 존재이다. 그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사회는 그에게 살아갈 이유조차 주지 않는다. 정신병력과 감정 장애를 가진 그는 끊임없이 조롱당하고, 학대받으며, 무시당하며, 이 고통은 그에게 “내 존재는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든다.이러한 아서의 내면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니힐리즘(nihilism)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니체는 전통적 가치가 무너진 시대에 인간이 목적 없이 방황하게 된다고 보았으며, 그 공허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서는 그러한 창조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무너진 가치 속에서 절망과 분노를 선택하게되고, 결국 그는 ‘조.. 2025. 7. 16.
오페라 '마탄의 사수' - 베버, 독일 낭만주의, 구원 자연과 초자연의 경계, 낭만주의의 울림'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시초이자 정수로 불린다. 베버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둠을 음악으로 직조해냈다. 오페라의 배경은 독일의 깊은 숲이며, 이 숲은 단순한 무대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과 욕망이 뒤엉킨 무의식의 상징이 된다.주인공 막스는 사격 대회에서 승리해 사랑을 얻고자 하지만, 실력을 의심받고 두려움에 휩싸인 끝에 금지된 '마탄(마법의 탄환)'에 손을 댄다. 그는 어둠의 숲에서 악마 자미엘과 계약을 맺으며 마탄을 얻는다. 이때의 숲은 단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공간’이다. 낭만주의는 이처럼 자연을 인간의 감정과 정신 세계의 반영으로 보았으며, 베버는 음악과 무대를 통.. 2025. 7. 15.
눈물 - 우리가 잃어버린 것 2 인간의 가장 조용한 언어, 눈물인간은 왜 울까? 단순한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기쁨 속에서도, 회한 속에서도,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은 흘러내린다. 눈물은 인간이 말을 잃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언어다.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감정을, 눈물은 그 자체로 전달한다. 셰익스피어는 "눈물은 슬픔의 무게를 덜어준다"고 했고, 푸치니의 오페라 속 주인공들은 아리아를 넘어서 눈물로 절규한다. 눈물은 감정의 절정에서 터지는 가장 진실한 목소리다.눈물은 단지 감정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정서적 메커니즘이다. 감정이 억눌리거나 억제될 때, 그것은 내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때론 폭력적 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눈물은 이 내면의 긴장을 해소해 주는 배출.. 2025. 7. 11.
도시 인문학 12 - 이탈리아 피렌체, 르네상스의 심장 르네상스의 심장에서 다시 묻다이탈리아 중부의 아르노 강변에 자리한 피렌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궤도에서 이 도시는 예외적인 무게를 가진다. 14세기 말부터 16세기 초까지, 피렌체는 ‘르네상스’라는 인류 정신사의 전환점을 이끈 중심지로서, 인간을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해방시키고, 인간 스스로를 세계의 척도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장소였다.이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곧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 자유와 권력,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뒤얽히며 문명을 진화시켰는지를 되묻는 일이 된다.인간을 다시 발견한 도시피렌체 르네상스의 출발점은 ‘신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 이른바 휴머니즘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탐구하고 복원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감성, 자유.. 2025.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