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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On the Map-지도에 없는 최후의 장소, 최악의 여행

by Polymathmind 2025. 2. 13.

지도에 없는 최후의 장소

디스커버리 호는 잠시 멈춘다. 돛의 문제와 물이 새는 문제를 다 해결한다. 그리고 새클턴과 스콧은 트리니다드(전설의 보물섬)를 향해 두 대의 보트를 내려 상륙한다. 그리고 그들은 더 멀리 갈 계획을 세운다. 

새클턴의 남극탐험 구인광고

이들이 멈춘 곳은 얼음 대륙 '남극'이다. 당시 지도에는 단순하게 백지로 그려져 이곳은 미지의 세계 혹은 보물섬으로 여겼다. 그들과 함께 떠난 의사 윌슨은 항해하며 지도를 그려 남긴다. 정식 지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메모에는 그들의 경로와 동물들 그리고 그들의 갈등까지 상세히 적혀있다. 이 지도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과학 탐구의 명목으로 시작된 제국주의의 일환이었고 영국의 위상을 높이는 '제국의 위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한 사람은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었다. 스콧은 아문센보다 34일 늦게 도착하고 돌아오는 길에 모두 사망한다. 디스커버리 호는 영국, 노르웨이 그리고 유럽 강대국의 경쟁과 영광을 위해 신호탄을 쏜다. 그리고 존재만 확인된 그 곳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전진하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잔혹한 장소가 된다. 
물론 이전의 탐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임스 쿡(영국), 벨링스하우젠(러시아), 네이선 파머(미국)등 탐험가들이 남극을 발견하고 산맥을 찾아내며 남극이 대륙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이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영국의 해군 장교 제임스 클라크 로스였다. 그는 북서항로를 탐색하던 중 자북극(지구 자기장이 정확히 90도 남쪽을 가리키는 지점)을 발견한다. 영국은 라이벌이었던 독일보다 먼저 탐험하여 정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한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호는 최초로 남극 내륙을 탐사하며 비극은 시작된다. 스콧과 새클턴은 남극 내륙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새클턴의 두 번째 탐사로 남극에 산맥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아문센은 남극점까지의 효율적인 경로를 기록하는 업적을 남긴다. 
부족했지만 이미 세계지도는 완성이 되어가는 중이었고, 제국주의의 발현으로 지도를 가진 자들은 정복을 시작한다.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욕망까지 합세하며 아직 채워지지 않았던 흰 대륙으로 눈을 돌린다. 그곳은 아직 아무도, 어느 나라도 가본 적 없는 땅이었고, 인간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최후의 장소였고 인간이 개척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계선이었다.

최악의 여행

스콧의 남극 탐험은 가혹한 실패였다. 그는 운송 수단으로 조랑말과 기계식 설매를 준비했으나 조랑말은 추위에 버티지 못했고, 기계식 설매는 작동되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아문센과는 대조되는 불완전한 준비었다. 스콧은 대원 4명과 사투를 벌이며 영하 40도를 넘는 눈보라를 뚫고 갔지만 이미 노르웨이의 국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은 가혹한 귀환길이 된다. 조랑말 대신 짊어진 소량의 식량과 연료는 빠르게 줄었다. 대원 로런스 오츠는 팀원들에게 부담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텐트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식량보급소를 18km 남겨 둔 곳에서 그들은 모두 숨을 거둔다. 
8개월 후, 구조대는 그들을 발견하고 스콧의 일기를 발견한다. 스콧은 '우리는 끝까지 싸웠다. 그러나 운명은 너무 가혹했다'라고 일기를 남긴다. 
스콧의 실패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도전에 대한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극한 한계에서의 생존을 위한 리더십과 자연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목표 달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듣는 겸손과 과정의 철저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59년 12월, 워싱턴 DC에서 12개 나라가 모여 '남극 조약'을 맺는다. 남극의 평화적 사용과 환경 보호를 목표로 한다. 과학적 연구와 국제 협력의 장소로 거듭난다. 아문센과 스콧이 갔던 그 길에 남극 과학 기지들의 보급품들을 위한 '남극점 횡단 도로'가 가로지르고, 그 옆에는 매년 2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위한 썰매길이 있다. 이젠 인간의 발걸음이 아닌 위성으로 남극의 지도는 완성이 된다. 얼어붙은 대륙에도 디지털 좌표가 그려진다. 이제 지도에서 우리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다. 이젠 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