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 2016
앞서 동일한 제목의 '컨택트'를 사유해 봤다. 이번 '컨택트'는 가장 최근의 영화이다. 영화의 원제는 '어라이벌' 즉 도착, 도달이었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컨택트'로 변경되었는데 이것은 97년의 한국에서 개봉한 '콘택트'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이 영화는 1997년의 '컨택트'와는 조금 더 우리와 가깝게 다가왔다. 97년의 존재는 우리가 찾아갔다면, 16년의 존재는 우리를 찾아왔다. 아직 존재를 확인 못한 우리는 그들의 방문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들의 과학기술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철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제작된다. 원작보다는 영화가 조금 더 긍정적이고 극적이다. 원작의 큰 주제는 미래는 바꿀 수 없으며 자유의지는 없다는 기조로 흘러가지만 영화에서는 미래를 알고 있다면 자유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의 질문을 던진다.
언어
언어학자와 물리학자, 두 주인공이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통해 소통을 하는 과정과 그 언어를 통한 그들의 사고방식과 시간 인식을 깨닫는 장면을 주로 보여준다. 외계인의 언어는 시간의 분리가 없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 미래를 알수 있게 되어있다. 이것은 사피어-워프 가설로 언어가 사고를 결정할 수 있을까의 질문이다. 언어가 우리의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부족은 좌우가 없고 동서남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정확한 방향 감각을 유지한다. 외국어에는 체하다는 단어가 없어서 그들은 우리가 느끼는 체함을 알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는 시간을 직선으로 보는데, 영화의 외계인의 언어는 원형모양으로 과거-현재-미래가 구분 없이 쓰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표현하며 인간의 시간 개념을 벗어나게 한다. 우리가 언어를 다르게 설정한다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문화 그리고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다. 언어뿐만 아니라 내가 쓰는 단어도 그 사람의 인격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
필자는 '선택'이라는 질문을 많이한다. 다른 주제를 이곳에 공유하며 사유하면서 늘 마지막은 '선택'이었다. 왜 그럴까? 이 영화의 주제도 '선택'이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우리는 단순히 환경과 데이터에 의해 결정하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자유의지를 통해 늘 '선택'한다. 신은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심으면서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창조한다. 인간은 그것을 탐하고 취하면서 자유의지를 깨닫는다. 바로 인간의 존재의 핵심은 '선택'이었다. 선악과는 단순한 신의 장난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창조한 위대한 순간이었다. 영화에서 언어학자인 루이스는 딸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선택은 딸을 낳는 선택을 한다. 미래를 알아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고통스러운 순간이 닥쳐올 것을 알고도 그녀는 사랑하는 순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실패나 성공이든 그 '선택'에 우리는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선택'이 없다면 삶은 그저 일어나는 해프닝일 뿐이다. '선택'을 하는 순간 삶의 의미가 부여되며 '방향'이 설정되는 것이다.
미래
영화에서는 단순한 미래의 예측이나 시간 여행을 넘어 시간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언어는 시간을 직선에 놓고 있다. 하지만 외계의 언어는 원형으로 사용하며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전제와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의 충돌을 보여준다. 미래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선택은 위대하며 그 의미를 찾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의미를 조금 더 가져가 보고 싶다. 바로 '양자역학'이다. 시간의 중첩을 이야기하는 이 이론과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담아내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시작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며 미래와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사고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세상은 답이 없음을, 비선형적 언어는 시간은 고정된 순서대로 흐른 것이 아님을 말한다. 우리의 미래는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의 역사- 침묵이란?, 침묵의 사유 (0) | 2025.03.27 |
---|---|
몸의 인문학 -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현대 개념 (0) | 2025.03.26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보마르셰 3부작, 모차르트, 변화 (0) | 2025.03.24 |
고대의 잃어버린 과학-마야 문명, 과학, 멸망 (0) | 2025.03.21 |
바로크 시대 음악가-비발디, 그가 남긴 것 (0) | 2025.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