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의 시작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은 종교 개혁과 반종교 개혁이 진행되던 시기로, 유럽은 정치적·종교적으로 불안정했다. 가톨릭 교회는 반종교 개혁을 통해 영향력을 회복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예술이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동시에,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와 같은 인물들이 우주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흔들리고, 새로운 사유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바로크는 르네상스 후기에 이탈리아 교회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인본주의적이었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종교계는 미술과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봤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그 힘을 빌어 신앙과 신비를 강조하기 위해 감정적이고 극적인 전달 도구가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군주들은 자신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작업도 계속된다.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권력을 보이려 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의 인간 중심은 자연의 법칙과 우주로 시선을 옮겼고, 그것을 통한 대항해 시대를 맞이한다. 그리고 새로운 계급의 출현으로 합리주의와 경험주의 철학의 전환을 보여준다.
바로크 Baroque는 포르투갈에 barroco에서 유래하는데, 번역하면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다. 원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독특한 특징으로 평가되며 부정적인 의미를 떨어지며 사용된다. 왜 부정적이었을까? 르네상스의 조화롭고 이상적인 느낌과는 다른, 너무 화려하고 너무 극적인 느낌이 과했다. 표현의 기법의 한계에 다다르고 무엇을 해도 표절이 되는 시기었을 것이다. 뭔가 추가를 하는 행위는 화려함과 극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넘치게 되면서 복잡해진 것이다. 당시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품에서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눈만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전락한 것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의 예술은 멈추지 않았다. 화려함은 디테일과 웅장함으로 강조하고, 복잡함은 역동적인 구도와 에너지로 전환하며, 극단적인 명암대비는 인간의 감정과 그 공간감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 시대는 후대 사람들이 당시의 변화 특징을 보며 정리해 놓은 것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몰랐다. 그저 그들은 그 변화를 반대하거나 추구했다. 그 시작점인 카라바조와 베르니니는 자신들이 시대를 바꿀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오히려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말이다.
르네상스의 리모델링
르네상스를 지나오면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든 것이 '리모델링'이다. 바로크는 르네상스의 기본적인 원칙과 요소를 이어받으면서도, 그것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재구성한 시기라고 느꼈다. 고전주의 지속성과 인간 중심적 접근 그리고 공간과 원근법의 활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한 계승이 아닌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바로크의 부정적 의미였던 화려함은 더욱 디테일하고 웅장해진다. 복잡함의 부정적인 의미는 정적이고 안정됨을 추구하던 르네상스보다 역동적이고 에너지를 추가한다. 차분한 미를 추구한 르네상스는 바로크의 감정의 극대화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즉 르네상스의 기초로 한 재구성이다. 물론 '리모델링'에 그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요구(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요구)에 맞춰 르네상스의 이상을 재해석하고 확장한 것이다.
르네상스는 인간을 탐구했다면 바로크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 그 탐구는 인간이 완벽한 질서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며 헤겔의 '변증법적 과정'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 즉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과 해석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해석하기 시작한다.
바로크는 '완벽함'의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변화하고 유동적인 현실로 확장함으로 해석해 본다.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연결점이 되고 혼란스러운 자연과 사회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여 빅테이터나 AI 기술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혼란함은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게 하는 미디어의 연결점으로 볼 수 있다.
르네상스를 리모델링한 바로크는, 우리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중요한 영감을 준 시기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 복잡계 이론, 감정적 몰입, 그리고 다층적 철학의 시대며 이런 점에서 바로크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오늘날의 변화와 혼란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서를 찾는 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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