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미생물은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작은 생물을 말한다. 영어로 microorganism이라 하는데, micro는 '작다'라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어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1673년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아는 '루이 파스퇴르'는 발효 과정에서의 미생물 활동 반응을 연구한 대표적인 미생물학자이다. 미생물학은 생물학의 한 분야로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연구를 한다. 세균, 고균, 진균류, 원생생물 및 바이러스를 연구하며 기생충에 관해서도 연구한다.
우리 몸은 세포보다 더 많은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일명 '홀로바이옴' 개념인데, 인간은 사실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복합 생명체라는 것이다. 조금 징그럽지만, 우리 몸에는 미생물들이 득실 거린다. 역사적으로 미생물은 인간 리셋 버튼 역할을 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은 당시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러면서 중세 봉건제가 붕괴되고 노동 가치가 상승하며 르네상스의 탄생까지 이어진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 19 팬데믹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사회적 연대, 국가 시스템 등을 변화시킨다.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전환의 엔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만든 서사도 흥미를 유발한다. 앨버트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을 통한 인간의 고립과 연대 그리고 부조리한 삶의 의미를 말하며, 숨겨진 진리를 밝혀내는 원인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대기 중 탄소 순환, 질소 고정, 해양 생태계 유지 등 미생물이 없다면 지구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초월할 수 없으며, 미생물과 필히 공존해야 하는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이에 철학자 브루노 라투르는 인간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더 있다. 바로 음식이다. 미생물은 인간의 식문화와 깊이 연결된다. 김치, 치즈, 와인, 된장, 요거트 같은 발효식품은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 이뤄진다. 발효는 단순히 음식을 보존하는 기능을 넘어, 맛과 향을 깊게 만들고 영양소를 더욱 풍부하게 변화시킨다. 된장은 장내 미생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여 소화 기능과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미생물이 포함된 음식이 인간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발효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미생물이 단순한 영양소 분해자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낸다.
우리
우리는 보통 인간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앞서 언급했듯, '홀로바이옴' 개념을 적용하자면 우리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미생물과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공존할 수밖에 없다. 미생물의 도움 없이는 인간이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끊임없이 공존, 에너지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라고 할 수도 있다. 미생물도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인간도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생태학적 맥락 속에서 닫힌 개체가 아닌, 열린 시스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흑사병이나 코로나 19를 보면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해 사회적인 불평등도 확인된다.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나라나 도시의 피해가 컸고, 원격 근무가 어려운 직업은 노출되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은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낸다.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는 공동체 단위의 돌봄 문화가 생겼고, 코로나 19 때도 의료진과 시민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런 형태는 음식에서도 발견되는데, 각 나라의 발효 식품들이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 전파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치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도 진출하여 문화의 이동과 확산을 반영하고 있다. 미생물은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을 연구하지만 아주 중요한 학문임에는 틀림없다.
'미생물이 세상을 움직인다' - 미국 국립과학재단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On the Map-가이드북, 여행과 문화 (4) | 2025.02.20 |
---|---|
영화 '소스 코드'-정체성, 의지, 시간의 본질 (2) | 2025.02.19 |
빅 히스토리-빌 게이츠, 교육의 한계와 변화 (2) | 2025.02.17 |
오페라 '토스카'-푸치니, 역사적 사건 (0) | 2025.02.15 |
프랑스식 바로크 '쥘 아르두앙 망사르'- 베르사유, 바로크 정신 (0) | 2025.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