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2011년 미국 SF 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소스 코드'는 제2의 인셉션으로 주목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소스 코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에 사용되는 설계도를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만든 텍스트 파일이다. 주로 실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입력하는데 이용되고, 알고리즘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영화는 기차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콜터는 낯선 여성 앞에 앉아 있고, 자신을 '숀'이라고 부른다. 그는 혼란스럽게 8분을 보내고 기차는 폭발한다. 다시 깨어보니 밀폐된 공간에서 어느 여성이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성은 8분 안에 열차 테러의 진상을 파악하고 막아야 한다고 한다. 실패를 거듭하며 콜터는 반복된 죽음을 맞이한다. 콜터는 이 상황을 점점 이해하며 임무를 완수하면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콜터는 자신이 프로그램 안에서 과거를 다녀오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사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소스 코드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
인셉션과 매트릭스, 테텟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는 스토리는 우리를 몰입하게 한다. 어떤 과학적인 이론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정체성
콜터는 소스 코드를 통해 자신의 뇌의식에 다른 사람의 의식을 전송받아 8분을 반복한다. 반복 상황을 통해 그는 원래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존재에서 혼란을 겪는다. 신경과학에서 정체성을 설명할 때, 뇌에서 형성된 기억과 신경 연결망의 패턴이라 한다. 다른 사람의 몸에 콜터의 정신이 들어갔지만, 여전히 자신의 자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콜터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재미난 질문을 해본다. 테세우스의 배 패러독스를 생각해 보자. 테세우스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들을 구하러 델로스로 배를 타고 떠난다. 고대 철학자들은 '배의 부분 교체를 해도 그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교체된 배를 물질 구성의 변화로 봐야 하는지, 테세우스의 정체성으로 봐야 하는지의 질문이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이 질문의 답은 양자역학으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양자역학까지 이해를 못 했다. 넘어간다.
의지
콜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8분을 반복하는 것뿐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운명과 의지의 대립이다. 뉴턴은 모든 사건은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콜터는 소스 코드에서 벗어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 사이에 있는 상태(이것을 양자역학이란다)에서 미래는 결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콜터는 선택이라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준다. 신경과학에서는 인간의 결정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연결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면 우리가 하는 결정은 뇌에서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자유의지일까? 당신이 이 글을 읽고 필자의 다른 글을 클릭하는 것은 의지인가? 아니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보이는 과정일까? 나라는 자아가 결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라 온 환경과 배운 지식들의 총합인지 그것을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것인지의 질문이다.
시간의 본질
8분의 과거를 특정하여 반복 체험을 한다. 정말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시간의 본질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우리는 단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마블에서 좋아하는 평행우주론, 일명 멀티버스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이론은 양자역학으로 설명해야 한다. 내가 이해한 것으로는 콜터는 과거로 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간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콜터가 소스 코드 속에서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세계는 단순한 시뮬레이션이다. 하지만 그는 자유의지로 선택하여 그 세계에서 살아남아 그 시간을 지속하였고 그 결과 새로운 현실, 삶을 창조한다. 어디선가 들어 본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을 떠올려보자. 상자 속에 독가스가 들어 있는 병이 있다. 그 병이 깨질 확률은 50%. 우리가 그 상자를 열어서 관찰하기 전까지는 고양이의 상태는 죽음과 생존이 공존하고 있다. 즉 콜터가 반복되는 8분 동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계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시간 되돌리기가 아닌 우리가 자유의지에 기반한 선택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전환하고 싶다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오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새로운 현실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과 희생을 전제해야 하며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무의식을 깔아놔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노력과 희생을 감당할 것인가? 의 질문이 남는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존재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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