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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과학과 철학을 넘나든 물리학자 - 에르빈 슈뢰딩거

by Polymathmind 2025. 11. 28.

대한민국에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국회의원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몇 달전에도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모 국회의원이 '양자역학'을 공부했다는 말이었다. 어느 국회의원이고 어느 당소속인지 상관없이 참 고마웠다. '양자역학' 검색이 될 것 아닌가? 과학의 관심이 잠시나마 높아졌기를 기대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에르빈 슈뢰딩거는 이론물리학자이며 바로 '양자역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1933년 폴 디렉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양자역학에서 여러 가지 근본적인 결과들을 개발한다. 특히 슈뢰딩거 방정식은 양자역학의 근본적 기초가 되어 현대의 반도체, 레이저, 양자컴퓨터까지 모든 이론의 기초가 된다. 이런 이론은 철학적인 접근까지 가며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론이 탄생한다. '관측하기 전까지 모든 상태는 중첩된다' 즉 상자 속 고양이는 관측 전에는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두가지의 경우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사고 실험을 제시한 것이다. 슈뢰딩거는 이렇게 질문했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관찰자가 없으면 존재는 어떤 방식으로 실재하는가? 이 논쟁은 슈뢰딩거에 의해 다시 불이 붙는다. 

그는 다양한 분야(통계역학, 열역학, 유전체 물리학, 전기역학, 일반상대성이론, 우주론 등)의 저서를 썼고, 이 이론들을 통일하려는 시도도 한다. 특히 대표적인 그의 책 'What Is Life?'에서 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바라보면서 유전의 문제를 다룬다. 생명을 단순한 기계적 조합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며, 생명의 본질을 ‘질서의 지속’으로 보았다. 생명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패턴이며, 이는 결국 정보와 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생명을 고정된 물질의 집합이 아닌 지속적으로 자신을 재생산하는 질서로 보는 관점은, 존재론적 의미를 지닌다. 생명은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이며, 그 과정의 중심에는 ‘코드’와 ‘정보’가 있다. 이 통찰은 DNA 구조가 발견되기 전 시대에 나온 것으로, 생명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흥미로운 것은 슈뢰딩거가 말년에 이르러 동양의 사상에 깊이 매료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실을 하나의 전체적 의식으로 보았고, 개별적 자아는 그 거대한 의식이 만들어낸 환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유는 물리학과 인도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를 분절된 조각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유기적 전체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양자역학의 비국소성과 동양사상의 비이원성은 그에게 있어 서로 다른 언어로 쓰인 동일한 세계의 진실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슈뢰딩거가 우리에게 남긴 철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찰, 질서, 의미가 얽힌 하나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틀이라 제시했다. 인간의 의식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며, 생명은 물질의 집합이 아니라 패턴과 질서의 지속이다. 인간은 관찰자가 아니라 흐르고 흔들리는 세계의 패턴에 얽혀 그 모습을 결정하는 '참여자'다

슈뢰딩거는 물리학자였지만, 그의 사유는 철학의 심장부에 닿아 있다.

그의 물리학은 철학을 흔들었고, 그의 철학은 과학의 경계를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