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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12 - 이탈리아 피렌체, 르네상스의 심장 르네상스의 심장에서 다시 묻다이탈리아 중부의 아르노 강변에 자리한 피렌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궤도에서 이 도시는 예외적인 무게를 가진다. 14세기 말부터 16세기 초까지, 피렌체는 ‘르네상스’라는 인류 정신사의 전환점을 이끈 중심지로서, 인간을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해방시키고, 인간 스스로를 세계의 척도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장소였다.이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곧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 자유와 권력,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뒤얽히며 문명을 진화시켰는지를 되묻는 일이 된다.인간을 다시 발견한 도시피렌체 르네상스의 출발점은 ‘신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 이른바 휴머니즘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탐구하고 복원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감성, 자유.. 2025. 7. 10.
후기 낭만 미술가 -구스타프 클림트, 침묵, 욕망 그리고 죽음 장식 너머의 심연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그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황금빛 배경, 유려한 곡선, 정교한 문양들. 그의 대표작 '키스'를 보면 사랑과 관능, 황홀한 순간이 찬란하게 피어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여인의 눈은 감겨 있고, 남성은 그녀를 감싸 안지만, 그 포옹은 어딘가 강압적이고 불안하다. 클림트의 황금은 단지 찬란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감싸며,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과 무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아름다움을 통해 오히려 그 너머의 어둠과 고독을 직면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예쁘다’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의 층위를 지니고 있다.에로스와 타나토스; 삶과 죽음의 긴장클림트의 예술 세계에는 늘 두 가지 상반된 .. 2025. 7. 9.
찰스 다윈 - 진화론, 과학에서 인문학으로 자연을 해석하는 새로운 언어, ‘진화론’찰스 다윈은 흔히 생물학의 혁명가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단지 자연과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의 지적 역사에서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었다. 그가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자연선택 이론은 종교와 철학, 예술과 문학, 윤리와 정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가 제안한 '진화'는 단순히 생물체의 변화만을 설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을 해석하는 새로운 문법이었고, 인간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지적 도전이었다.다윈 이전의 자연은 신이 설계한 완전한 질서로 여겨졌다. 인간은 그 피조물의 정점이었고, 모든 생명은 불변의 계층을 이룬다는 믿음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다윈은 비글호 항해에서 만난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들, 다양한.. 2025. 7. 8.
격려와 위로 -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끔 어린이 오페라를 작업한다. 최대한 어린이의 시선과 생각을 고려하며 준비한다. 아이들의 반응을 신경쓰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유투브를 보는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꽤 연구한다. 하지만 공연을 하다보면 열심히 준비한 부분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 일어난 곳이 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에서 엄청난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어제 어린이 오페라 '혹부리가 되고 싶은 도깨비'를 올렸다. 이번에도 나름 준비를 한 부분들이 반응이 좋았다. 어제도 역시 한 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다. 줄곧 연습할 때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다. 나의 예상은 아이들이 웃을거라고 생각했다.도깨비 배역이 노래대회에서 가사를 틀려서 당황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당황해서 눈물을 흘리는 .. 2025. 7. 5.
상식(Common Sense)이란? 그 기준은? 상식, 사회적 기준인가?상식은 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하고, 줄을 설 때는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를 지켜야 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정말로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일까?전통적으로 상식은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된 윤리와 규범의 묵시적 합의로 작용해 왔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지침인 셈이다. 사회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점은, 우리가 상식을 일종의 사회 질서의 기초로 여긴다는.. 2025. 7. 4.
오페라 '잔니 스키키' - 가족, 욕망과 반전 오페라 '잔니 스키키'와 단테 '신곡'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는 단막의 희극으로, 인간의 욕망과 기지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그 뿌리는 바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Divina Commedia), 그 중에서도 지옥편 제30곡에 닿아 있다.단테는 ‘거짓말과 사기’를 저지른 자들이 모인 지옥 8번째 의 열 번째 굴(볼지아)에 잔니 스키키라는 실존 인물을 배치한다. 그는 피렌체의 부호 부오소 도나티를 가장해 위조된 유언장을 작성한 죄로 지옥에 떨어진 자다. 단테는 그를 “다른 이의 모습을 흉내 내어 유산을 조작한 자”로 묘사하며, 윤리적·종교적 가치의 위반자로 단죄한다.그러나 푸치니는 이 인물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오페라 속 지안니 스키키는 부자.. 2025.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