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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철학적 접근, 현대 개념, 선택 무관심은 철학적 덕목일까?철학은 오래전부터 무관심을 사유해 왔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무관심은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내면의 평정을 위한 덕목이었다. '아파테이아'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태도는 외부 세계의 불확실성과 고통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정신적 단련이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판단을 위해 이 무관심을 철저히 실천했다. 그에게 있어 무관심은 세상과 거리를 두기 위한 방어막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었다.그러나 무관심은 언제나 덕목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자유가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이 때로 무관심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의미 없는 세계 앞에서 스스로의 무력함을 숨기기 위.. 2025. 4. 19.
교만- 죄일까? 시선, 힘 교만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다. 이 질문 속에는 자신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욕망도 함께 담겨 있다. 그 욕망이 때로는 자긍심이 되고, 때로는 교만이 된다. 교만은 단순히 잘난 체하는 태도일까?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를 확장하려는 본성의 표현일까? 그 복잡한 구조를 해체하며 질문을 던진다. 교만은 악인가, 아니면 인간됨의 또 다른 방식인가?죄일까?고대 그리스에서는 ‘허브리스(hybris)’, 즉 지나친 자부심과 오만함을 신들이 가장 혐오하는 죄악으로 보았다.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잊고 신의 영역에 도전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 오이디푸스, 크레온, 프로메테우스… 이들은 모두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다 벌을 받는다. 교만은 ‘질서를 거스르는 자의 불손’으로 해석되었다.그러나 모든 자기 긍.. 2025. 4. 18.
게으름-죄인가? 시간 , 저항 게으름우리는 '게으름'이라는 말을 들을 때, 종종 죄책감이나 무능, 혹은 패배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게으름은 부지런함의 반대말이며,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상태, 혹은 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인식된다. 하지만 과연 게으름은 단순히 나쁜 것인가? 철학은 이 질문을 단순하게 넘기지 않는다. 오히려 게으름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조건, 시간과 사회의 권력 구조, 그리고 욕망의 본질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죄일까?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게으름은 주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었다. 중세 기독교는 ‘나태’를 7대 죄악 중 하나로 분류하며, 노동을 신과의 계약으로 간주했다. 신의 창조 질서를 따르기 위해 인간은 쉬지 않고 일해야 했고, 이 전통은 근대 자본주의 윤리로 이행되며 ‘성실’과 ‘근면’이라는 도덕적 기준을.. 2025. 4. 17.
경쟁-기원, 그림자, 경쟁 없는 사회 경쟁의 기원경쟁은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특정 사회적 제도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우리는 자주 '세상은 원래 치열한 곳'이라는 말을 듣는다.하지만 그 말은 진실이라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된 사회적 명제일 수 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존을 위한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다윈 자신은 생존의 방식으로 상호 협력과 공존의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적 해석만을 취해 인간사를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했다.진화생물학자 프란스 드 발은 유인원 사회에서 관찰한 결과를 통해, 공감, 배려, 협동이야말로 진화의 핵심적 전략이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결코 무한경쟁의 동물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진 존재다... 2025. 4. 16.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베르디,사랑과 희생, 동백꽃 주세페 베르디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이상적인 장르로 완성시킨 베르디는 오페라의 성악적인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활용하며 극의 완성도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그도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바그너의 관현악법을 사용하여 거대한 창작을 한다. 사실 당시엔 대본이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인 완성도가 워낙 높아 자주 공연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는다. 지금도 세계 유수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그의 작품은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베르디의 정보는 앞의 다른 작품에서 언급하였다. 라 트라비아타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베르디가 작곡하고,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1853년에 초연된다. 제목인 'La Traviata'는 이탈리아어로 '길을.. 2025. 4. 15.
고대의 잃어버린 과학-안티키테라 기계, 고대의 시간 철학, 우주 갈망 안티키테라1901년,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에서 인양된 난파선의 유물 중 하나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발견을 품고 있었다. 청동의 부식된 조각 속에 숨어 있던 것은, 수십 개의 정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장치. 훗날 ‘안티키테라 기계’라 불리게 된 이 장치는, 기원전 2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제작된 세계 최초의 천문 계산기로 밝혀졌다. 손잡이를 돌리면 앞면에서는 태양과 달의 위치, 달의 위상 변화가 계산되었고, 뒷면은 사로스 주기, 메톤 주기, 올림픽 주기까지 추산하는 복잡한 톱니 다이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작은 장치는 단순한 관측 도구가 아닌, 하늘의 질서를 모방하고 예측하려는 고대인의 지적 도전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기술이 전자도 없이 완전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구현되었다는 ..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