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조용한 언어, 눈물
인간은 왜 울까? 단순한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기쁨 속에서도, 회한 속에서도,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은 흘러내린다. 눈물은 인간이 말을 잃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언어다.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감정을, 눈물은 그 자체로 전달한다. 셰익스피어는 "눈물은 슬픔의 무게를 덜어준다"고 했고, 푸치니의 오페라 속 주인공들은 아리아를 넘어서 눈물로 절규한다. 눈물은 감정의 절정에서 터지는 가장 진실한 목소리다.
눈물은 단지 감정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정서적 메커니즘이다. 감정이 억눌리거나 억제될 때, 그것은 내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때론 폭력적 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눈물은 이 내면의 긴장을 해소해 주는 배출구다. 심리학자들은 눈물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배출되고 자율신경이 조절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울 수 있는 인간은 감정을 건강하게 마주할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치유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눈물은 개인의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눈물은 도덕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때로는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증언 중 흘리는 눈물,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닌 역사에 대한 경고이자 정의에 대한 절규다. 이 눈물은 연민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는 능력, 즉 인간됨의 윤리를 드러낸다. 우리가 누군가의 눈물을 보고 함께 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깊은 연대의 표현이다.
종교와 신화 속에서 눈물은 더욱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다. 성모 마리아의 눈물은 슬픔의 극치를 넘어 인류를 향한 사랑을 나타내며, 마리아 막달레나는 눈물을 통해 회개하고 구원에 이른다. 불교의 보살은 세상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눈물은 죄의 씻김이자, 영혼의 회복이며, 인간이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의 징표다. 눈물은 연약함이 아니라 깨달음의 순간에 흘리는 가장 강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점점 눈물을 잃어가고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함으로 취급되고, 감정보다 효율과 생산성이 우선시되는 사회 속에서 눈물은 불편한 감정으로 취급된다. SNS 속 ‘감정의 상징’은 표정 없는 이모티콘으로 대체되고, 진짜 울음은 사적인 것,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조차 울면 "그만 울어!"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 하지만 눈물을 억제하는 문화는 감정을 마비시키고, 결국 공감의 능력마저 약화시킨다. 인간의 감정은 느껴져야 존재하고, 표현되어야 의미가 있다.
결국 눈물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말해주는 가장 조용하고도 확실한 언어다. 감정을 가둔 채 살아가는 것이 강함이 아니라, 울 수 있는 용기야말로 인간적 성숙의 표시다. 눈물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서 흐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왜 울었는가? 그리고 그 눈물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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