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지도 - 세세한 도시
1593년 존 노던 John Norden은 '시골 사람을 위한 유명한 도시 런던 안내도; 이 지도가 있으면 어떤 장소든 그곳까지 거리를 알 수 있고 어떤 거리든 그곳까지 문제없이 갈 수 있음'이라는 제목이 엄청 긴 지도책을 펴냈다. 식료품점, 직물점, 생선가게와 템스 강에 다리와 랜드 마크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지도의 특징은 중요한 장소마다 알파벳과 숫자가 매겨져 있고, 지도 아래 그 이름들을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현재 지도에도 쓰이는 방법이다. 당시 도시 지도는 빠르게 퍼져나간다. 앞서 언급했던 지도들은 세계 지도였다. 탐험을 위한, 권력을 과시하려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 지도들은 일반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지도였다. 특히 상업하는 사람들의 지도로 사용되었다. 상점들의 위치와 거리 그리고 마케팅을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1666년 대화재 사건 이후 새로 건설된 도시의 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브리타니아 - 존 오길비
1675년 영국 최초의 로드 아틀라스(도로 지도집)인 '브리타니아'가 출판된다. 이 책은 당시 영국의 주요 도로와 교통로를 상세히 기록했으며, 각 도로의 길이, 주요 마을, 강, 그리고 교차로 등 표기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존 오길비 John Ogilby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저자, 번역가, 출판업자이자 지도 제작자로, 그는 영국 도로망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며, 그의 지도는 당대 지도 제작과 여행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원래는 무용수였지만 부상으로 번역가로 활동한다. 그의 번역작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있다. 앞에 말한 1666년 대화재 이후, 지도 제작에 뛰어든다. 오 길비는 1인치당 1마일이라는 표준 척도를 사용해 지도를 제작했고, 이것은 영국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된다. 이 지도의 특징은 스트립 맵 strip map이라는 스타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진행하며 주변의 지형과 도시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금의 내비게이션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브리타니아'는 이후 많은 지도 제작에 영감을 준다. 단순한 지도로 머물지 않고, 여행과 교통의 중요성 그리고 시각적인 편함을 구현하며 예술적 가치도 높았다.
도시 지도 - 역사의 흔적
지도가 도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지도를 만든다. 도시 지도의 작은 선 하나하나에는 시대와 사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길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삶과 관계, 그리고 권력이 반영된 것이다. 고대 도시 지도는 상징성을 목적에 두고 제작되었고, 로마의 지도는 로마의 질서와 권력을 상징했다. 중세 시대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성 안을 보여주며 신의 권위를 나타내고, 르네상스의 지도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투영법과 정확한 비율을 통해 단순한 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공간의 균형을 강조한다. 산업혁명을 지나며 도시 공간의 변화를 담아낸다. 노동계급과 부유층의 거주 지역의 분리를 보여주며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계층 구조를 반영한다. 현대의 지도는 움직이는 지도다.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구를 디지털화한다.
현대 도시 지도는 인공위성, GPS, 인터넷, 스마트폰 등 과학의 총집합체이다. 손바닥에서 지구를 둘러볼 수 있고, 그곳을 찍으면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가끔 내 집에 나와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지구의 디지털화는 도시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역의 고유한 스토리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현대 도시 지도안에 과거와 현재를 연결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지도는 단방향적이지 않다. 시민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참여하며 만들어간다. 어쩌면 앞으로의 지도는 개인의 경험과 집단의 기억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브리타니아' 지도처럼 보물지도를 들고 보물을 찾으러 가는 여행이 담겼으면 어떨까?
도시 지도는 단순한 공간적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온 흔적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열쇠다. 당신이 사는 도시의 지도를 다시 한 번 바라보라. 나의 집과 내가 다녔던 학교, 그리고 자주 가던 곳과 가고 싶었던 곳을 점을 찍어보라. 그 작은 선과 점들 속에서 당신만의 추억,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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